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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씌우기

산끝 오두막 2014. 4. 21. 09:46

 

어머니께서

동네에서 밭을 갈아주었다고 연락을 하셨습니다

비닐은 고추밭하고 땅콩 밭만 덮으시겠답니다

옥수수는 그냥 기르신다고 합니다

 

작년에는 삽질도 하고 기운도 좀 있었는데 

올해는 영 기운이 없으시답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하는데 잘 참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제가 다 할께요

그냥 말만 하세요

그냥 하시고 싶은것 다 말만 하세요

뭐든지 제가 다 할께요

 

그래도 비닐은 당신이 끌어야 하신답니다

삽질만 해 달라고 하십니다

 

이제는 어머니께

농사를 조금만 지으시라던가

좀 쉬시라던가 그런말 하지 않습니다

 

그냥 하시고 싶은것 다 하세요

힘드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제가 와서 다 해 드릴께요

 

오랫만에 칼국수가 드시고 싶으시답니다

둘이 차를 타고 산너머 칼국수 집에 갔습니다

예전같으면 밀가루 위에 안좋으니 드시지 마시라고 했을텐데

이제는 그러지 않습니다

 

얼큰하니 맛있다고 하십니다

잘 드시는걸 보니 고맙습니다

 

점점 더 밥맛이 없구나

이젠 하루에 한끼도 먹고 싶지 않은데 일하자니 먹는구나

밥맛이 없어도  잘 드셔야 해요

 

 

 

 

우리는 왜 사는 것일까요

돈이 그렇게 갖고 싶은가요

큰 집이 그렇게 갖고 싶은가요

좋은차가 그렇게 갖고 싶은가요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다음에

마음이 떠나버린 다음에라도 그렇게 중요한 것들일까요

그런것들 보다 

따뜻한 마음이 있는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이

더 좋은 것들입니다

인간은 그래서 사는 것일 겁니다

 

그저 오늘  하루 아무일 없어서

너무 고맙습니다

오늘  하루 어머니와 그늘에 앉아서

웃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옥수수 이야기 땅콩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내일도

모래도

앞으로도 가능하면 아주 오랫동안

이런 날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큰 나무 화분을 밖으로 내어 달라하십니다

작은 것들은 아직 추워서 안되겠다고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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