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동네에서 밭을 갈아주었다고 연락을 하셨습니다
비닐은 고추밭하고 땅콩 밭만 덮으시겠답니다
옥수수는 그냥 기르신다고 합니다
작년에는 삽질도 하고 기운도 좀 있었는데
올해는 영 기운이 없으시답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하는데 잘 참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제가 다 할께요
그냥 말만 하세요
그냥 하시고 싶은것 다 말만 하세요
뭐든지 제가 다 할께요
그래도 비닐은 당신이 끌어야 하신답니다
삽질만 해 달라고 하십니다
이제는 어머니께
농사를 조금만 지으시라던가
좀 쉬시라던가 그런말 하지 않습니다
그냥 하시고 싶은것 다 하세요
힘드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제가 와서 다 해 드릴께요
오랫만에 칼국수가 드시고 싶으시답니다
둘이 차를 타고 산너머 칼국수 집에 갔습니다
예전같으면 밀가루 위에 안좋으니 드시지 마시라고 했을텐데
이제는 그러지 않습니다
얼큰하니 맛있다고 하십니다
잘 드시는걸 보니 고맙습니다
점점 더 밥맛이 없구나
이젠 하루에 한끼도 먹고 싶지 않은데 일하자니 먹는구나
밥맛이 없어도 잘 드셔야 해요
우리는 왜 사는 것일까요
돈이 그렇게 갖고 싶은가요
큰 집이 그렇게 갖고 싶은가요
좋은차가 그렇게 갖고 싶은가요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다음에
마음이 떠나버린 다음에라도 그렇게 중요한 것들일까요
그런것들 보다
따뜻한 마음이 있는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이
더 좋은 것들입니다
인간은 그래서 사는 것일 겁니다
그저 오늘 하루 아무일 없어서
너무 고맙습니다
오늘 하루 어머니와 그늘에 앉아서
웃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옥수수 이야기 땅콩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내일도
모래도
앞으로도 가능하면 아주 오랫동안
이런 날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큰 나무 화분을 밖으로 내어 달라하십니다
작은 것들은 아직 추워서 안되겠다고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