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을 걷다보면
눈위에 남은 발자국을 보면서
막연한 상상을 하고는 합니다
어제밤에 먹을 것을 찿으러 분주하게 다녔겠지
뭘 좀 먹기는 했을까
아
저건 새 발자국이네
두발이 모여서 나란히 찍힌 것은 토끼 발자국이고
쏙쏙 박혀서 하나씩 있는 고라니 발자국이고
토끼발자국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일렬로 나란하게 난것은 오소리나 너구리 발자국일테고
발자국이
눈위에 남은 모양을 보면
그런것들도 알 수있습니다
황급히 뛰어간 발자국과
어슬렁거리면서 여유롭게 걸어간 발자국이 다르다는 것
잠시 쉬어서 볼일을보고
앉았던 자리들이 남아 있습니다
흔적이라고 하지요
흔적을 보면서 상상을 합니다
여기 앉아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엇에 놀라 여유롭게 걷던 발작국이
이렇게 껑충거리며 뛰게 했을까
눈위에 보이는 발자국중에
가장 큰것이 인간의 발자국입니다
인간은 그런걸 보면 참 겁장이 입니다
현재
산속에 존재하는 동물중에
가장 덩치가 크고 잔인하고 난폭한 존재인데
마음은 여리고 여려서
숲속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만 나도 비명을 지릅니다
웃기지 않나요
그 숲속에 동물들은
인간의 모습이 그 우람한 덩치가
그 커다란 발자국이 얼마나 무서울까요
아니
동물들은 인간이
안 무서울수도 있습니다
생각이 없다면 말이지요
그런데 생각이 있어서 무서워 하는건 맞는것 같습니다
어두운 숲길을 걷다보면
그런 동물들이 인기척에 모두 황급히 도망가거든요
숲에서
산속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을 만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