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화장실은
집마당 구석에 있었는데
없는 집은
드럼통 뚜껑을 따내고 땅속에 파묻은다음 위에
판대기 두개를 걸쳐놓고 앉아서 일을 봤습니다
좀 사는 집은
구덩이를 파고 콘크리트로 탱크를 만들고 화장실도
번듯하게 그위에 만들고 퍼내는 곳은 집밖에서 퍼내도록
뒤에 뚜껑을 만들었습니다
손수레에 드럼통을 얹어서 통을 만들고
지금 군인 철모는 화이바라고 한개 뿐이지만
그 시절에는 진짜 쇠로 만든 철모안에
플라스틱 화이바가 있었는데 그 화이바를
긴 막대 끝에 달아 바가지 만들어 변소에 변을 퍼내서
내다 버리는 똥푸는 직업인 분도 있었습니다
그 분이 골목길을 똥통 손수레를 끌고
지나가면서 유려한 목청으로
또오옹 퍼어어
또오옹 퍼어어 창 부르듯 부르며 돌아다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변소에 는 늘 파리가 들끓었습니다
궁뎅이에도 얼굴에도 천장에도 파리가 엄청났습니다
언젠가 내가 너희들을 전멸 시킬거야
기다려라
변소를 들여다 보면 그 하얀것들이 꼬물거리는걸
어떻게 하면 한꺼번에 죽일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석유를 붓기로 했습니다
기름막이 뜨면 숨막혀 죽을거야
저녁때 가보니 안죽었습니다
그래 그러면 불을 태워 죽일거야
성냥을 켜서 던졌는데 바닥에 닿기전에 자꾸 꺼집니다
그렇다면
솜을 뭉쳐 석유를 적셨고 성냥으로 불을 붙여
변기 속으로 던지며 바닥에 떨어지는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데
파란불꽃과 같은 섬광이 눈을 스쳐지나갔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건데
변소에는 암모니아 가스가 가득차 있었던겁니다
화장실이 폭발한거나 마찬가지인데 변소가 터지지는 않은게
천장도 엉성하고 문도 열려 있어서
화염만 얼굴을 훓고 지나갔습니다
눈섶도 타고 머리도 타고
아버지에 맞을 까봐 눈섶이 없는걸 숨기기 해야겠는데
걱정하는중에 누나가 눈섶을 그려주었습니다
머리는 까까머리여셔 조금 더 밀고
아버지와 무사히 저녁을 먹었습니다
불과 관계된일은
화장실을 시작으로
이렇게 평생을 따라 다니는데
소방관에
산불특수진화대에
지금도 매일 장작 난로를 피우며 불을 보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