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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에피소드 3

산끝 오두막 2022. 8. 4. 10:00

양평에 가면 유명산이라고

패러 글라이더 이륙장이 있습니다

비행을 자주할때는 꽤 다니던 곳인데

 

이륙장 아래편으로는

고랭지 배추밭이 아주 넓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산을 좋아하고

비행을 좋아하고 그러다 보니

사륜차인 갤로퍼를 끌고 다녔는데

 

배추농사가을 걷이가 끝나고

차들이 하도 배추밭으로 들어가니

밭 진입로를 커다란 바위로 막아 둡니다

 

사륜차들이

밭 진입로를 막은 그 바위를 비켜서 옆으로

배추밭에 진입하는데 그러다 보니 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 샛길 깊은 진창 웅덩이를 지나갈수 있는건 사륜차여서 그런겁니다

 

비행을 한번 하고

착륙장 주차장에서 차를가지고 어둡기 전에 한번더 비행하려고

열심히 이륙장으로 올라가는데

멀리 배추밭 바위로 막힌 길 옆 구덩이에 봉고차가 하나빠져 있습니다

할머니가 갤로퍼 올라가는 길까지 나와서 길을 가로막고 차를 세웁니다

빠진 차를 견인해서 좀 꺼내 달랍니다

 

눈도 와있고

산비탈이 춥고 노인이 부탁하는데 거절할 수가 없어서

빠진 봉고차에 갔습니다

두부부와 중고생으로 보이는 두아이들과 두 노인이 타고 있었는데

봉고차 뒷바퀴가 완전히 진창 눈속에 박혔습니다

갤로퍼에서 야전삽을 꺼내서 뒷바퀴에 눈을 퍼내고 있는데

노인은 밖에서 눈퍼내는 나를 보고 있고

두 부부와 아이들은 시동걸린 봉고차안에서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히터를 틀고 있는데 추웠나 봅니다

 

눈에 빠진 남의 차 뒷바퀴에 기어들어가서 눈 퍼내면서

난 왜 이러고 있는거지 차주인들은 따뜻한 차안에서 내다보고 있는데

 

누군가를 돕는다는것보다도 빠진차를 꺼내는것에

즐거움을 느끼면 되는거지 

문제가 생기면 문제를 해결하는데 즐거움도 크니까요

뒷쪽 두바퀴 눈을 다 퍼내고

견인줄도 없다고 해서 근처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화물트럭배추 묶다가  끊어져서 버린줄 몇가닥을 주워 와서

빠진 봉고차와 갤로퍼 앞족을 견인고리에 묶었습니다

 

줄이 짧아서 1 미터가 채 안되는 거리여서

빠진 봉고차 운전하는 분에게 신신당부했습니다

차가 다 빠져 나올때쯤에 액셀발지 마세요

갤로퍼 들이받습니다

진탕에 빠졌던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볼때

탈출이 거의 다 되었다고 생각하면  급가속을 해서 마져 탈출하려 하거든요

신신당부했습니다

견인줄도 1미터가 안되고 끝까지 살살 거리 유지하면서 빠져나와 된다고

 

중고생이나 된 아이들

두부부 다 나와서 차를 밀어주면 쉽게 빠져 나올것같은데

아무도 안내립니다

내가 내려서 밀어라 말아라 할 것도 아니고

그런다고 들어줄 사람들같으면

모르는 사람이 눈 퍼내는데 차안에서 히터쬐고 있지는 않았겠지요

 

봉고차를 갤로퍼가 어렵게 끌어당겨

눈웅덩이 진창을 빠져 나오는데

다 빠져 나왔다는 기쁨에 그랬겠지요 

이 봉고차 운전하는 분 갑자기 액셀를 밟아 제차 앞을 들이 받았습니다

 

찌그러진 갤로퍼 범퍼를 보면서 속이 상했습니다

난 왜 좋은일을 하면 결과가 늘 이렇지

 

봉고차에서는 아무도 안나오고

운전하는 노인만 운전석에서

내리지도 않고 겸연쩍은 표정으로 범퍼를 바라봅니다

 

줄도 내가 다 풀고

손짓으로 그냥 가세요 하니

봉고차는 휭하게 가버렸습니다

 

멀리 떨어진 이륙장 올라가는길까지 와서 

너무도 당당하게 길을 막고 어떤차인지 무슨일이 있는 차인지

용무도 물어보지 않고 말은 부탁인데

차를막고 안지나보내면서 자기주장을 이야기 하는건 강요입니다

그렇게 자기 차 빠졌으니 빼내 달라고 말할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가족들도 차안에서 당연히 안나오는 가족이겠다

 

그렇다고 길막은 노인을 치고 지나갈수도 없는일이고

이때 알게 된겁니다

좋은일 한다고 꼭 좋은 결과가 생기는건 아니라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아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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