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집을 지을때는
여러가지를 꾸미려고 생각합니다
전망 좋은 곳으로 멋진 풍광을 매일 보게
창은 크게 내야지
연못도 만들어야지
분수도 솟아 오르게 하고
부레옥잠이나 연꽃도 길러야지
여유가 되면 잉어나 붕어도 기르고
잔디밭도 만들어야지
파란 잔디밭에 파라솔도 펼치고
시원한 바람을 쏘이며 차도 한잔 해야지
흔들 의자도 만들어야지
흔들 의자에 앉아
산아래 멋진 경치를 보면
너무 좋을 거야
빨간 우체통도 만들어야지
먼 곳에서 누군가 손편지를 보내면
빨간우체통안에 하얀편지봉투를 보면
너무 반가울거야
몇 해가 지나면
나무로 만든 빨간 우체통은 썩어서
보기 흉하게 되어 버리고
우체국에서 달아놓은 하얀 쇠로 우체통도
덜렁거리다 어디론가 없어지고
급기야는
그냥 나무통에 쇠깡통을 넣은 우체통을
가져다 놓았습니다
아름다운 꿈은
어디로 사라지고
현실만 남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올 봄에는
어줍지 않은 목공기술이라도 동원해서
예쁜 우체통을 다시 만들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