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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산끝 오두막 2009. 8. 10. 11:39

이 나이에

엄마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평생을 허리가 꼿꼿하시고

당당하실줄 알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허리가 굽으셨다

갑자기는 아니겠지

차츰 저리 되신걸

중간에 아프다는 말을

한마디도 안하신거겠지

 

아파트가 답답하실까하여

시골에서 편하게 사시라고

조그만 집에 돌밭이 조금 붙은 땅을 사드렸더니

주변에 돌밭까지

모두 천평을 넘게 혼자 손으로 일구셔서

옥수수 고추 깨 무우 배추

몇해를

하지 마시라고

그냥 조금만 재미삼아 지으시라고

나중에 몸 상하면 큰일이라고

그렇게 말리고 뭐라해도

끝내 고집을 쓰시더니

척추부터 무릎까지 모두 상하신게다

 

당신아픈건 한번도 말씀안하시던분이

어느날 갑자기

막내야 내가 죽던지 어떻게 해야겠다 하신다

 

가슴이 답답하고 울먹한게 화가 나고

저리 되기전에 화를 내고

언성을 높이면서라도 못하게 말려야 하는걸

좋아하시니 알아서 하시겠지하고

방심한게 후회가 막심하다

 

뭐가 효도일까

하고 싶은걸 하시게 해드리는것

그게 효도라 믿었는데

지금 저런 결과를 오게 했다는 자책이 스멀스멀 기어 오른다

올봄에 하우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하우스 지어드리고

고추말리는게 있으면 좋겠다 하셔서

장만해 드리고

그게 잘한 짓이었을까

몸을 더 빨리 상하게 만들었던 것들인데

 

병원으로 모시고 갔다

물론 의사들은 한마디 한다

어떻게 이지경이 되시도록 내버려 두었냐고

 

사람은 그렇다

나도 그렇고

 

술 담배 나쁜거 안다

끊어야 하는거 다 안다

학생은

공부열심히 해야 하는거  다안다

건강

건강할때 지켜야 하는거 다안다

 

소리쳐 물어보고 싶다

인간을

왜 끝가는데 까지 가게 만들었냐고 

중간에 자 이만하면 됐어

술도 담배도 끊고

나쁜짓안하고 공부도 열심히하고

몸아프면 곡식이 말라 죽어도 내몸아프니

쉬어야 해

왜 그렇게 안만들었는지

대답 안해 줄거라는 걸 안다

 

 

수술하셨다

경과는좋으시고

이제 더는 농사를 지으실수 없단다

하지만

나는 안다

몸이 좋아지시면

또 농사를 짓고 싶어 하실거라는 걸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니까

그때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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