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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통

산끝 오두막 2016. 1. 27. 08:57

 

방동이라는 곳에 출장을 갔습니다

양양가는 고속도로 현장 근처인데

저 터널을 지나면 그 다음 터널이 우리나라에서는 제일 길고

세계에서도 손가락안에 드는 최장 터널이랍니다

약 10 km 정도라는데 굉장히 긴 거리입니다

 

너무 길어서 운전자들이 답답할까봐

측면에 커다란 전광판을 붙이고 경치를 보여주려고 한답니다

 

 

 

 

현장을 둘러보던중에 벌집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떤분인지 대단하신 분입니다

대부분 토종벌집은 양지바르고 물이 있고 바위 아래 움푹한 곳에

설치하기는 하지만

저렇게 구멍을 파고 벌집을 놓은 곳은 처음 봅니다

 

 

 

처음에 멀리서 볼때는

구멍이 원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구멍을 일부러 파낸 것이엇는데

아주 정성들여 규칙적으로 예쁘게 파낸것이 참 신기해 보였습니다

 

최근에 착암기를 썼을까

아니면 아주 오래전에 정과 망치로 만들었을까

궁금했는데

요즘이라면 누가 저 벽에 달라 붙어서

벌통 놓겠다고 구멍뚫고 있겠어 아닐거야

 

그렇다면 아주 오래전에

어떤 산골 사는분이 정과 망치로 파내고 계셨겠지

하루 이틀 사흘 밥먹고 올라서 파내고

심심할때 파내고

 

갑자기 치악산 정상에 톨탑이 생각났습니다

갑자기 태백산 꼭대기에 제단들이 떠 올랐습니다

 

그 시절에는

그렇게 천천히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도

자기만족을 위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루려고 몇날 며칠을 걸쳐서

천천히 끈질기게 무엇인가를 하곤 했는데

지금은 보여지는 것에만

보여지려고 하는 것들에만

쉽게 무엇인가를 얻고 이루려고 하는건 아닐까

 

저 산비탈 까지 기어 올라와서

정과 망치를 들고 벌통 구멍을 파내면서

그 분은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꿀을 팔아서 돈을 좀 만들면

아이들 옷을 사주고 싶었을까

아낙에게 새 신발을 하나 사주고 싶었을까

 

추운 겨울날 깊은 산속에서

단지 벌통이 있는 구멍을 보았을 뿐인데

마음이 따뜻해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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