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댁 배수로를
정리해 드리고 싶었는데
이제 하고 있습니다
아마 어머니는
거의 1년을 넘게 쪼그리고 앉아서 호미로 만드셨을텐데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무너지고 메꾸어져서
생전에 다시 해드리고 싶었었는데
이제야 하고 있습니다
밭에서 골라 내 놓으신 돌무더기에서
바닥에 깔만한 납작한 돌과 석축으로 쌓을만한
길쭉한 돌들을 수레에 싣고 와서 내려 놓고
돌을 쌓고 바닥을 깔고 있습니다
석축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뒤쪽으로 뿌리가 깊게 들어가야 합니다
벽면으로 얇게 세우면 흙이 얼고 녹으면서
밀어내어 기울거나 자빠집니다
비가 온다고 하니 마음이 조금 급합니다
비오기전에 다 마무리지어야
자리잡은 바닥돌틈을 메질도 하고
진창이 되고 나면 높이 조절도 힘들고
여하튼 열심히 해서 비오기 전에 마무리 되었습니다
버리는 이중벽 파이프300미리 자투리를 몇개 주워 왔습니다
배수로를 건너다닐때 수레를 가지고 지나갈수가 없어서
합판을 더고 다니곤 했는데 아예 배수로를 관을 묻어 흙으로 덮고
건너 다니려고 합니다
배수로 이음매에서 물이 새면 옆으로 흘러나가고
그렇게 되면 새는 곳으로 다시 물길이 파이게 되므로
이음매에 물이 새지 않도록 비료포대로 감싸고 파 묻으려 합니다
배수관이든 수도관이든 하수도든 물은 새면 안됩니다
원래는 서스밴드나 소켓이나 뭐 이런것으로 관을 연결해야 하는데
머리속에 있는 지식과 현실은 전혀 다른 것이니
있는 것으로 그냥 대 충해결합니다
배수로 끝쪽에 경사지로 물이 릏허 내려가서 둑이 무너진다고
어머니께서 늘 걱정하시곤 했는데
그 곳에도 300미리 배수관을 묻었습니다
무너져 내린 곳은 돌과 흙으로 대 충 메꾸었고
어머니께서
이 집에 계시거나 안계시거나
생전에 말씀하셨던 것들을 하나씩 해 가고 있습니다
이런 것은 일이 아닙니다
그냥 취미일뿐입니다
누구는 술먹고 누구는 여행을 다니는것이 취미일텐데
어머니 살아계실때는 무엇을 만들어 드리거나
힘이 없으셔서 못하시는 무엇인가를 해드리는 것이 취미였습니다
힘든데 뭐하려 왔니
그런건 지금 당장 안해도 되는데
나중에 하렴
그러게요
돌아가신 후에 지금 하고 있습니다
하지 마라고
하시면서도 해 놓으면
애썼구나 고맙다 그러셨을텐데요
흙이 없어서 관 묻은 곳을
다 메꾸지는 못했습니다
어찌 되었던지 비오기 전에
생각한 것처럼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어머니 배수로가 다 되었어요
올해 장마때는 풀 때문에 배수로 막혀서
둑이 무너질끼봐 걱정 안하셔도 될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