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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

산끝 오두막 2011. 5. 12. 09:16

산속에 사는지 10년이 넘어가는데도

아는 산나물이라고는 두릅나물 뿐이다

두릅은 나물이 아니다 나무순이다

왜 나물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적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나물과 약초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봄이면 온산에 나물꾼들이 진을 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몇몇분들이 생계를 위해 나물을 뜯어다 팔았지만

지금은 취미로 나물을 뜯으러 다닌다

나까지 거기에 관심을 갖게되면

내자신이 욕심을 부리거나 화가 날까봐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았나보다

 

취나물이 뭔지를 모르면

누군가가 집앞에 취나물을 뜯어간다해도

뜯어갔는지 조차를 모르니 화날 이유도 없고

남이 뜯기전에 내가 뜯어야 한다는

욕심 부리지 않을 수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

 

그런데 유일하게 아는 두릅이 문제가 되었다

눈에 보이는게 두릅나무인데

매일 지나다 보면 모두 가지를 부러뜨려 따가버려서

나무도 보기 흉하고 다음사람 먹을 순까지도 죽어 버려

그해 두릅은 끝이 난거라 볼수 있다

 

적당한 수준에서는 사람의 욕심은  멈추어지지 않는 것인가 보다

나 또한 그럴테지

일단 차를 대 놓고 나무를 꺽거나 순이 어리거나 모두 따 본다음

필요 없는것은 버린다

 

차라리 두릅도 몰랐으면

무슨나무인데 저렇게 난도질를 했을까

나무가 불쌍하네 그러면서 지나갈수 있었을텐데

 

지금도 나는

나물에 약초에 관심이 없다

알고 싶지도 않고

첩첩산중에 살면서도 나물을 뜯거나 하지는 않는다

먹고 싶은 야채가 있으면

장날에 나가서 사다가 먹는다

 

그래봐야 배추하고 오이일 뿐이지만

 

오죽하면

2천만원 이하 2년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할까

 

나도 똑같은 사람인지라

산속에 사는 내가 약초를 많이 알면 집 주변에 약초나 산나물은

남아나질 않겠지

나물을 캐서 친구도 주고 싶고

약초를 캐서 약이라도 만들고 싶어 지겠지

 

내일 캐가려고 보아두었던게

꺽여지고 파헤쳐진걸 보면 화가 나기도 할것이고

그 사람을 원망도 하겠지만

 

난 다행이 풀이라곤 아는게

쑥이고 민들레뿐이다

나도 한국의 산약초전집이나 나물에 관한 책을 여러권 가지고 있지만

산속에 살기 시작하면서는

보지 않기로 했다

 

그저 바람소리와 계곡의 물소리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데

그까짓 풀들로 인해 사람들을 원망하고 화를 낸다면

숲속에서 편해지려 한 마음이 짜증으로 바뀌는 게

더 짜증나기 때문이다

 

난 아마 앞으로도 나물을 알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두릅나무는 모조리 낫질을 당했다

순은 잎을 피우기도 전에 모두 사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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