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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배나무

산끝 오두막 2012. 5. 31. 08:53

사람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꽃이나 나무가

있게 마련일겁니다

 

어떤 이유가 있을수도 있고

그냥 막연히 그 것들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나무중에는

돌배나무를 좋아합니다

사실은 좋아하는 나무가 많습니다

우선 순위를 꼽으라면

은행나무,느티나무,돌배나무,소나무,참나무 뭐 이런 순이 될겁니다

 

집이 완전 숲속이어서

그냥 나무들에 잔뜩 둘러 쌓여 있는데

아는 나무보단 모르는 나무가 더 많습니다

 

1950년대쯤에는 화전민이 살던 곳인데

아마 무장공비시대쯤 화전민 소개작전때

살던 주민이 산아래로 끌려 내려간 후

강제로 낙엽송 조림을 했던 지역으로

지금도 집주변을 파다보면 사기조각이나 돌절구등을 볼수 있습니다

낙엽송이 얼마나 키가 큰지 보통은 30미터쯤 됩니다

 

그런데

집터 였던 주변에 고목나무 죽은게 두그루쯤 있어서

자세히 살펴보니 돌배나무 같습니다

아까워라

낙엽송이 너무 울창해 지다 보니

그 아름드리 돌배나무가 고사한 모양입니다

 

돌배나무

괜히 아쉬워졌습니다

좋은 나무인데

 

그렇게 십년쯤 지난 올 봄에

집 바로 옆에 커다란 낙엽송이 집을 덮칠것 같아서 베어냈는데

집으로 쓰러지지 않도록 숲쪽으로 베어 넘겼습니다

어마한 낙엽송이 쓰러질때 나는 굉음을 들어 보시면 대단합니다

또 주변에 걸리는 작은 나무들은 그냥 빗자루로 쓸어 낸것처럼

추풍낙엽이 됩니다

 

늦은 봄에 낙엽송이 쓰러진 그 중간에

하얀 꽃이 피는 나무가 서 있었습니다

십년동안을 숲에 가려서 나무에 가려서 칡덩쿨에 덮여서

전혀 보지 못했던

집 마당 -마당이 무슨울타리가 있는게 아니라 그냥 숲입니다-에

돌배 나무가 있었던 것입니다

 

쓰러지는 낙엽송에 반이상 부러지고

그래도 꽃을 피웠습니다

 

미안하다

옆에 있었던 것도 몰라서 미안하고

가지를 부러트린것도 미안하고

거기 있는줄 알았다면 죽은 낙엽송을 그쪽으로 넘기지는 않았을텐데

 

칡 덩쿨도 걷어주고

주변에 잡목도 조금 치워주고

아침에 일어나면 나가서 꼭 인사를 합니다

 

돌배나무

잘 잤냐 부러진 가지를 보면서 미안하다 일부러 그런거 아니다

이제는 꽃도 지고 열매가 조그만한게 옹기 종기매 달렸습니다

 

돌배나무 꺽꽂이도 해보고

어디서 묘목이라도 얻어다 심었으면 했는데

제키 두배는 되고 족히 10년은 넘은

돌배나무  친구를찿아낸 이 기쁨을 아침마다 누릴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갑자기 무인도에 윌슨이란 친구가 생각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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