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산소에 갔습니다
매년 명절때나 제사때는 산소에 갑니다
그냥 소풍처럼 갑니다
막내지만 어머니와 평생을 같이 살았습니다
다른 형제들도 있었지만
저와 함께 살아 주셔서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누군가는
제사를 지내고 성묘를 가는것이
참 힘든 일인것 같이 말하는 걸 보면
그냥 간단하게 그런 말이 하고 싶습니다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마세요
억지로 하는 것은 안하는 것만 못하니까요
낳아 주시고 길러주셔서 고마운 마음에
소풍처럼 가끔 산소에 갔다 오는것이나
생일 챙겨 먹듯이 제삿날 밥한그릇 해 드리는것이
무슨 그리 큰 어려운 일이라고
그런 것들을 가지고 다투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거창하게 제사상을 차려서 그런것은 아닌가
그냥 간단하게
북어 하나 사과하나 배 하나 전하나 떡국 한그릇이면 될지 않을까
실제 그렇게 제사나 차례를 지냅니다
무엇을 어떻게 차리는지가 중요한것이 아니라
조상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절을 하는것이
산소를 찿아가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
그러니 너는
그 모양으로 사는거야
팔백만원짜리 오두막에
다 낡은 자동차에
다 낡은 몇해 된 점퍼를 입는거야
요즘 세상은
마음은 안중요해
멋진 제사상이나
멋진 자동차와
멋진 별장같은 집이 중요한 거야
그런것이 안 중요하니
남들이 보기에는 좀 누추하게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편하니 좋습니다
쌀이며 김치며 이런 저런것들을 잔뜩 사가지고 와서
지고 올라가려고 배낭에 채워 넣는데 배낭이 불룩합니다
다른 작은 배낭에 나머지를 우겨 넣고 두개를 짋어지고
걸어가려 합니다
눈이 제법 내려서 걷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나 온 길을 바라보면서
사는것에 대한 생각을 합니다
내 지나온 삶같습니다
봄이오면 눈녹들 사라질 흔적들인데
지금은 너무나 선명하게 보입니다
아무도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하지 않을지도 모르지
언제 사라졌는지 기억 못할지도 모르지
삶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가지고 가는 것일까
가야 할길은 그냥 하얀 눈밭입니다
산비탈로 질러 올라 가기에는 눈이 너무 많이 쌓였고
임도를 따라 걸으려해도 눈이 많아서 보통때보다 힘이 두배로 듭니다
지고 메고 있는 두개의 배낭이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요즘 가끔은
오두막을 바라보면서 살짝 슬픈 느낌이 들때가 있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 들때면 오두막에게 미안할때도 있습니다
불을 피우고
지붕에 눈을 치우고 있습니다
먼저 한번 치워두어서 눈치우는것이 조금은 수월합니다
처마아래 눈은
지붕에서 밀어 내린 눈과
며칠 내린눈이 쌓여서 1미터는 넘게 쌓였는데 얼어서
치울 수가 없습니다
야외 화장실 가는길만 억지로 길을 내고
눈치우기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다시 아침 출근길입니다
어제 걸어온 임도쪽으로 가지 않고
오늘은 산비탈을 질러 내려 가려고 합니다
눈온 경치를 너무 오래 보면
눈이 부셔서 눈물이 납니다
오늘은 그래도 좀 덜 추운 날씨입니다
영하 17도 밖에 안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