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생전에 농사 지으실때
도와 드리러 가면 꼭 하시는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풀 참 징그럽다
여자들이 징그럽다라는 말은 지네나 바퀴벌레를 볼때 쓰는 단어일텐데
풀을 보면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농사를 지어보니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풀에 대한 생각이 좀 다른 편입니다
풀이 좀 있으면 어때서
물론
열매는 농약에 비료치고 잡초제거해서 탐스럽게 잘 큰것보다는
볼품도 없고 맛도 없을겁니다
돈벌자고 하는게 아니니 그냥 대충 자라서 대충 먹을만하면 됩니다
어머니 생전에는 아예 잡초를 뿌리채 뽑으면서 김을 매드렸는데
이제는 그냥 낫질을 합니다
그래도 옥수수나 고추보다 먼저 크면 안되니까요
잡초가 무성합니다
동네분들이 오시면 한마디 할것같습니다
무슨 농사를 저렇게 짓나 하고
자주 낫질을 하는데도
잡초는 무섭게 큽니다
고추도 아랫가지를 하나도 안따주고 그냥 키우고 있습니다
잡초가 있는것이
고추가 병을 하는데 나쁠까 좋을까 계속 관심을 가지고
기켜보는 중입니다
김을 맨것처럼 깨끗하지는 않아도
낫질도 해 놓으니 김을 맨듯한 기분은 듭니다
옥수수밭까지 밭전체를 얼른 낫질을 해야
깨를 심을 수 있습니다
어머니는 옥수수 사이사이에 깨를 심으셨는데
그냥 빈 밭고랑에 심으려 합니다
늘 궁금했던 건데
왜 밭 중간에 다니는 길도 없이 빼곡하게 고추며 옥수수를 심을까
어떤게 더 유리한 것일까
반 전체를 빼곡하게 곡식을 심고 비료며 거름이며 수확할때는 열매를 따는것까지
일일이 사람이 걸어들어가야 하는것과
중간에 수레가 다닐만 하게 길을 남겨 놓고 수레를 끌고 밭을 종횡으로 다니는것
어떤게 더 좋을까
두고랑을 옥수수를 심지 않고 그냥 길로 남겨 두었습니다
다니기 편하니 너무 좋습니다
풀은 대충 다 깍았으니
깨를 심어야지요
120개 두판이니 240개 정도이고
한구멍에 5개정도이니 1000 개 정도 되나 봅니다
열심히 심으면 깜깜해 지기전에 다 심을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오후 두시에 뙤약볕아래 깨를 열심히 심고 있습니다
오늘은 다 심어야 합니다
토요일 일요일 이틀동안에 천평 다섯가지 곡식을 기른다는것
쉽지는 않지만 뭐 그렇다고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혼자서
혼자 하고 싶은대로 집도 짓고
농사도 짓고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조용히 어머니 곁으로 세상을 떠날겁니다
어머니가
생전에 예뻐하시던 꽃이 잘 피었습니다
백합도 피었고
어머니가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