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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4

산끝 오두막 2021. 3. 24. 09:32

외할머니께서

아주 시골에 사셨었는데

화장실이

그냥 맨 바닥에 돌 두개 있는 잿간이었습니다

 

화장실을 잿간이라고도 불렀는데

아궁이에 불을 때고 나면 재가 남습니다

아궁이에 긁어낸 재를 보관하는 곳이

잿간인데 이 잿간이 바로 화장실입니다

 

그 바닥에 편평한 돌 두개를 놓고

발판으로 디디고  쪼그리고 앉아서

응아를 하고나서면

넉가래판같은 것으로 뒤에 쌓아둔 재를 퍼서

응아에 재를 골고루 묻혀서 옆으로 쌓아둡니다

 

시간이 흐르면 꾸덕해지면서

점점 마르다가 봄이 되면 손으로 만져도 부스러집니다 

봄에 밭을 갈면 삼태기에 가득 담고 밭에 나가서

손으로 부스러트리면서 골고루 뿌려줍니다

 

자기가 먹고 자기가 싼똥이 지저분한가요

출처도 모르는 공장에서

만든 화학향기가 약이 몸에 더 좋다고 믿나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그 느낌은 안없어집니다

다 마른 재묻힌 똥인줄 알고 삼태기에서 꺼내

부셔서 뿌리려고 꽉 쥐었는데 겉만 살짝 마르고

안은 촉촉하게 그냥 제 형태였던 그 때 그 느낌

그게

어머니 것이었는지

할머니 것이엇는지

외삼촌 것이었는지

제 것이었는지 알수 없지만

그렇게 나쁜 기분은 아니었습니다

 

오줌이나 똥보다

공장에서 만든 방향제가

건강에 더 나쁠거라는 생각은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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