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출근전에는
몇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모타 스위치는 내렸는가
열선타이머는 작동되는가
수도꼭지는 모두 잠갔는가
방안 전등은 껐는가
로켓스토브 불씨는 모두 꺼졌는가
불이 붙을 만한 곳에 인화 물질은 없는가
음식물쓰레기를 적당하게 처리 했는가
보일러의 물은 충분한가
보충수탱크의 물은 채워져 있는가
만약
누군가에게 이런 일을 지시한다면
이것처럼 지겹고 듣기 싫은 잔소리는 없을 것이다
혼자 지내는 이에게는
잔소리를 할 상대도 없고 들어야 할 잔소리도 없다
다만 모든일을 자신이 해나가야 할뿐이다
자동차도 휴대폰도 메뉴얼이 있다
잘 쓰고 싶으면 열심히 읽고 다루어 보아야 한다
어느집이나 특성이 다르고
사용법이 다른 각각의 메뉴얼이 있다
다만 책으로 쓰여져 벽에 걸려 있지 않을 뿐이다
차보다도 몇배가 비싸고
휴대폰보다도 몇백배가 비싼 이 건물의 매뉴얼이
없다는 게 이상하다
아무도 그걸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안한다는것도 이상하고
그런데
집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이런 매뉴얼을 이야기하면 잔소리로 받아 들인다
집은 당연히 생각하는 대로 작동해야 하는 것일까
절대 아니다
그것도 어떤 메카니즘에 의한 구성품이므로
사용법이 있는것이다
혼자만든 구조물이라면
수십명이 수억의 돈을 투자해서 전문적으로 만든것이 아니므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메뉴얼도 반드시 필요하다
가급적이면 책으로 적어 놓는 것도 중요하다
땅속에 묻힌 배관이며 전기 배선도나
특히 주의 해야할 부분따위는
시간이 지나면 오늘 명확했던 것들도
일년후에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것이 번거롭다면
혼자 집을 짓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휴대폰을 사듯이
차를 사듯이 그런 물건을 사면 된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잔소리와 메뉴얼의 차이를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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