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대개 젊어서는 친구가 참 많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친구가 점점 없어집니다
직장이 달라서
사는 곳 거리가 멀어져서
마음이 안 맞아서
이해관계가 얽혀서
지난해는 친구와 바다를 못갔습니다
놀러는 못가도
꼭 한번 식사라도 하자고 했는데
이런저런일로 해를 넘겨 올해 1월에는
꼭 보자고 했는데
그냥저냥 지나가면 올 한해가
또 그냥 지나갈것 같아서
어거지로
1월 31일 마지막날에 시간을 내고
원주까지 가서 산너머 남촌이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남자둘이 밥먹으면
할말이 뭐가 있을까요
거의 말이 없습니다
나는 정확하게 MPTI 가 INTF 라서
아는사람도 없고 말도 없고
사람만나는 것도 힘들어하고
그냥 말그대로 산속에 나무같은 사람인데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MPIT 해봤니
그게 뭔데 아 그 성격 알아보는 거 안해봤는데
넌 아마 해보면 E 로 시작할거야
E 로 시작하면 어떤거냐고 합니다
사람만나기 좋아하고 혼자 있으면 좀 힘들어 하는 스타일이지
어 나도 혼자 사색하는거 좋아하는데
좋아하는거와 할 수 있는건 다른거지
하고 싶어서 해보면
힘들어 못하겠는 것도 다른거고
대개 그걸 잘 모르는거 같애
하고 싶은게 할 수 있는 것과 다르다는걸
산속에 혼자 살라고 하면 잘 지낼수 있겠니
그건 좀 힘들지 가끔가서 쉬라고 하면 좋겠지만
그런것 같답니다
화제가 줄어들고
이야기 거리가 없으니 조용히 밥만 먹습니다
밥먹고 커피를 마시러 가서
조용한게 좀 그랬는지해든폰을 꺼냅니다
넌 카톡 안하니 모르겠지만
가끔 프사를 보면 그 사람들 근황을 알수 있어
그러면서 휴대폰을 보여 줍니다
이게 뭔데
여기 미국 골프장 동영상이야
그때 미국 골프장 기억나니
너는 골프 한번도 안쳐봤다고 했고
나는 골프 제법친다고 했는데
그 미국 골프장에서는 네가 나보다 훌씬 잘쳤던 거
그랬었다고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이야기가 또 끊어지고 조용해집니다
조용히 커피를 마시다가 친구가 또 이야기를 합니다
지난해 좀 힘든일이 있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둘다 시간이 좀 그랬네
무슨일지 물어 봤습니다
공개적으로는 말할만한 이야기라 듣고만 있었습니다
나도 주변에 힘든일이 많았는데
이 친구는 더 많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야
다 잘될거야
힘들어도 시간이 흐르고
지나고 보면 다 참아질만하니 기운내라고 했더니
지금은 좀 괜챦답니다
아는 사람도
친구도 없는
내가
유일하게 친구라고 생각하는 한 사람이 이렇게 힘들었는데
그걸 몰랐네요
남자들이라 그런거겠지요
자기 속마음 이야기 하는게
세상 무너지는 일보다 더 큰 것 같이 생각하는 종족들
여자들이 이런걸 모르니
남자들이 입다물고 있으면
속마음 이야기하라고 보채고
말 안하면 감추고 속인다고 화를 내고
이야기해주면
동네방네 떠들어 자기 힘든건 해소하지만
그 일로 더 큰 문제들을 만들고
말은 적게 할수록
입은 무거울수록
사는게 편한데
다 잘 해결 될거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여지껏 잘 살아 왔으니
앞으로도 잘 살아 갈수 있을거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올해는 꼭 보트 싣고 바다에 가자
그래 올해는 꼭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