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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

산끝 오두막 2013. 10. 2. 09:28

 

이상하게

장갑을 좋아합니다

그냥 좋아하게 되었을까

아닐겁니다

 

혼자 집을 지을때

신체중에 제일 중요한 곳이 어디일까요

이 질문은 좀 이상하긴 합니다

발도 중요하고 눈도 중요하고 손도 중요하고

안 중요한 곳이 없을텐데요

사지가 멀쩡할때는 손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혹시 베거나 데이거나

그러면 일을 못하니까요

그래서 손은 지극정성으로 보호하려 애씁니다

예쁘고 하얗게 만들려는게 아닙니다

다쳐도 손을 못쓸정도로 다치면 안되니까요

살짝 까지거나 조금 베이거나

굳은 살이 박이는건 당연한 거지만

많이 다치면 안되니까요

 

예전에 공무원 감독할때 공사현장에 가면

인부들과 악수를 하곤 했는데

그때 그 느낌이 안 잊혀집니다

굳은 살 박인 그 억센 손아귀힘

악수를 청하면 그분은 장갑을 벗고 악수를 해 주시곤 했는데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부드럽고 미끈한 손보다 거칠고 억센 그 장갑 벗은 손에서

느껴지는 삶이 너무 좋았습니다

상대방은 제손을 잡으면서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집지을땐

거의 이틀이면 코팅장갑이 구멍이 납니다

두겹을 겹쳐서 끼는데도 굳은 살이 박이고

저녁에는 손아귀가 안 쥐어지게 힘들기도 합니다

지금 아마 제손이 그럴겁니다

혹시 다른 분들과 악수를 하면 그분은 예전에 제가 느끼던

그런 느낌일까요

아니면 막 노동꾼이네 그러면서 기분이 나빠질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젊어서 몸을 혹사 시키면 나이들어서 고생한다고

늙어서 얼마나 더 편하게 살려고 젊어서 열심히 일할수 있을때

안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장갑이 너무 좋습니다

작업용 코팅장갑 두겹이면 무엇이든 할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겹의 코팅장갑은 용접하는데도 좋고

절단작업에도 좋습니다

손을 보호하고 일하는데는 그만이지만

손이 두툼해져서 정밀한 작업이나

수도관이나  물 작업을 할때는 꼭 벗어야 합니다

 

아무도 관심이 없는

코팅하얀장갑이 저는 너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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