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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일

산끝 오두막 2021. 9. 1. 11:34

갑자기 나쁜 경찰 이야기을 하다보니

억울한일이 하나 더 생각이 났습니다

 

그런데 억울한 일을 생각해보니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정말 수 없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남탓하고 사회탓하는 그런 비열한 놈들을 볼때마다

저건 뭐지 그런 생각을 합니다

 

군시절에 그 당시에는

선임병장이 야간에 주번하사라는 완장을 차고 

불침번 잘서나 관리하고  초병근무나가는 후임들을 깨워서

근무교대 시키는 일을 했습니다

 

말년병장은 아예 열외여서 거의 통제를 받지 않았는데

주번하사 근무 서던 어느 한겨울 밤에

이 말년병장이 밤에 몰래 일어나서

뭔가 부스럭 거려서 조는눈으로 보니  반합을 들고 나가길래

말년병장이 또 라면 끓여먹네 그랬는데

아침에 사단이 벌어졌습니다

 

주번사령이 일조점호를 하는데

무슨 생각에서인지 장비점호를 하면서 반합뚜껑을 연다 실시 했던 겁니다

난리가 난것은 이등병 반합에서 라면 건더기가 나온겁니다

분명히 그 전날 주번사령이

일석점호때 야간에 라면 끓여먹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주번사령은 이등병이 라면을 끓여먹을리는 없다

어느놈인지 나와라

안나오면 아침밥도 없고 전체 얼차려를 실시하겠다

한겨울 새벽 여섯시에 팬티바람에 완전군장에 연병장을 돌았습니다 

다시 막사앞에 집합해서

한번더 경고한다 지금이라도 나와라

이런 마음 압니다

도둑을 잡으려는 사람은 도둑이  처음부터 나와서 반성하면

슬쩍 용서할 마음이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잡아내는 걸 포기 할 수도 없고

그냥 덮어두자니 이미 시작했는데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주번하사인 저는 그 말년병장을 쳐다 봤습니다

제발 나가라 전중대원이 팬티바람에 고무신신고 한겨울에

이렇게 중대막사 앞에서 떠는게 불쌍하지 않니

 

중대장이 출근하고 주임상사도 출근하고

일은 점점 크게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주임상사가 다정한 말로 설득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나오면 아무일 없던 것으로 하겠다

다른 중대원들 식사라도 해야지 고생시키지 말고 나와라

 

주번하사쟎아 병장이쟎아 아무일 없대쟎아

저 말년병장 평소군생활태도 봐서는 끝까지 안나갈 놈이야

그럼 나라도 마무리 지어야지

 

제가 그랬습니다

 

나가자 마자 그 주임상사 유도하시던 분인데

그 우람한 주먹이 안면을 강타하면서 꼬꾸라졌습니다

입안은 터지고 코피를 흘리고 

설마 네가 그랬다고 너는 안그럴줄 알았는데

아마 안그럴거라고 믿던 사람이 그랬다니 더 화가 난 모양입니다

그날 오전내내 중대사무실에서 무릎끓고 반성문을 50장도 넘게 썼습니다      

다음날에는 사단내 자체 군기교욱대에 들어가서 일주일을 뺑뺑이를 돌았습니다  

 

그 말년병장은

제대하는날 위병소양쪽길에서

전중대원이 박수를 쳐주는 가운데  떠나갔습니다

 

내심은 

지나가면서 내 앞에 멈추어서 악수라도 하면서

미안했다

아니면 지나가다 잠시 멈추어서

눈인사라도 하겠지 

 

아무일도 없단 듯이

자기는 나의 부어오른 눈텡이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듯이

여유롭게 손을 흔들며 부대정문을 나섰습니다

그 말년병장은 그렇게 떠났습니다

 

그날의 그 사건은

어느순간에 남들에게서 나에대한  기대라는 걸 접게 된 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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