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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에

산끝 오두막 2023. 2. 22. 08:37

그런 모든게 사라졌습니다

 

어딜 가고싶다

무엇을 하고 싶다

무엇을 먹고 싶다

그런 생각들이 없어졌습니다

아니 없어진게 아니라

사라졌다고 표현 하는게 맞을겁니다

 

산에도 많이 다니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도보여행도 하고

자전거 여행도 하고

돈을 벌고

집을 짓고

이런 모든게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게 맞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인생이 무상하다거나

삶이 슬프고 고달프거나 그런건 아닙니다

매일매일이 즐겁고 신나기는 합니다

할일이 있고

아픈 곳 없고

밥 먹을만큼 쌀이 있고

다닐만큼 기름이 있고

 

왜 그렇게 바뀐거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기대하는게 없어진겁니다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하는게 없어졌고

여행지에서 보는 새로운 풍경에 대한 기대도 없어졌고

산정상에 아무리 올라봐도

다른 도시에 가봐도

아프리카나

이집트나

유럽이나

동남아나

아무리 다녀봐도 다 그냥 그렇다는 느낌입니다

다 비슷해보입니다

뭔가 새로울거야하고 가보지만 새로운건 없습니다

 

사회가 국가가 이래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이래야 한다

그런 기대도 사라졌고

그런 걸 욕심이라 부를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대는 욕심을 부르고

욕심은 화를 부릅니다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하면 살았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젊어서는 많은 것들을 기대하며 살았을텐데

이제는 무엇을 기대하며 살았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런 상태가 너무 좋습니다

돈에 대한기대

사랑에 대한 기대

어떤일에 대한 기대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하지도 않는다

기대하지 않으면 슬픈 일도 없다

 

어느순간에

무엇인가에 대한

모든 어떤 것들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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