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생각해 보는
산속 생활의 하루입니다
6시30분에 일어납니다
7시에 밥을 먹습니다
7시20분에 예전 설악산 자연화장실의 기분으로 일을 봅니다
예전 겨울 설악산 대청산장에서
잠을자게 되면 조금 더 아래 재래식 화장실이 있었습니다
계곡 비탈진 곳에 대충 가림막을 하고 판대기를 두개 얹어 놓은
휴지를 들고 그 판대기 위에 쪼그려 앉으면
계곡 겨울 칼바람이 아래부터 훓고 지나갑니다
손에 들고 있는 휴지는 하늘로 솟아 오르고
바람이 좀더 세면 내가 본 물방울도 위로 솟구치던
그런 화장실 기분으로 일을 봅니다
일이 끝나면
로켓스토브에서 퍼낸 재로 잘 덮어 놓습니다
그것이 봄까지 기가려 잘마르면 손으로 바삭하게 부서집니다
그러면 밭에 거름으로 씁니다
7시 20분 중무장을 시작합니다
아래는 속내의에 바지에 겨울용 땀복을 껴입고
위에는 겨울용티에 얇은 점퍼를 입고 내피달린 등산점퍼를 입습니다
양말은 겨울 등산용 양말을 신고
방한용 징박힌 장화를 신습니다
털모자를 뒤집에쓰고 이중내피 장갑을 낍니다
7시40분
차를 세운 산아래로 출발을 합니다
다니던 눈길로만 가야지 엉뚱한 곳을 밟으면 종아리까지 푹푹빠지는 눈길을
걷습니다
차까지 가면서 계속 생각을 합니다
시동이 잘걸릴까 안걸리면 드렁크의 예비 밧데리로 점프를 할까
이것도 안걸리면 근천 농사용 전기 코드에서 전선을 끌어 밧데리 충전을 해야지
이런 생각들을 합니다
7시55분
차에 도착해서 시동을 겁니다
단발에 걸리면 기분이 확 좋아집니다
시동이 걸리면 이번에 앞에 노있는 눈길을 잘 올라갈지 생각을 합니다
스노우 타이어가 맨들거려서 사륜 산타페인데도 눈길을 잘 못올라가서
늘 바꿔야지 하다가도 올해만 버티자 합니다
8시35분 사무실에 도착합니다
사무실일을 좀 하다가 출장을 나갑니다
한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종일 논으로 산으로 계곡으로 다니다가
5시반쯤 사무실에 돌아 옵니다
저녁 18시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습니다
저녁 22시
낮에 조사해온 자료를 정리하고 마무리 지은 다음
퇴근을 합니다
저녁22시 40분
출근했던 그곳에 차를 세웁니다
다시 중무장을 시작하고 배낭을 지고 아침에 내려왔던 눈길을 올라갑니다
23시15분
난로에 불을 피웁니다
양치를 하고 밥을 밥솥에 예약해 놓습니다
정리를 하고 책을 보거나 잠시 뉴스를 봅니다
01시
잠을 잡니다
매일을 눈길을 등산을 합니다
오늘도 눈이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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