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댁에도 서리가 내렸습니다
서리가 내리면
보통의 식물들은 풀이 죽습니다
넌 왜 풀이 죽어서 그러니
그 말이 이해가 안될때는 서리내린 다음날에 풀을 보면
금방 이해가 됩니다
호박같이 추위에 약한 식물은
서리가 내리면 바로 풀이 죽습니다
한여름의 기운찬 생명들이 서리 한번에 풀이 죽어
기운이 없어집니다
며칠 후에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다행히 깨를 다 털었습니다
동네분들이 도와 주시고 여럿이서 깨를 털어서
다행히 이틀만에 다 털었습니다
혼자서 털면 3일을 꼬박 했어야 하는일이 하루 반나절만에 끝났습니다
서리를 두번 맞고도
아직 예쁜 장미꽃은그 모습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금방 시들겠지요
화무십일홍이라는데
꽃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합니다
참 부질없는게 인생이다
예쁜시절은 단지 며칠이고
그 단치 며칠의 예쁜시간을 위해
그 긴 시간을 살아 가는구나
서리가 내렸으니
서리태를 걷어도 된다고 하십니다
어머니는
요즘에는 농사를 알려주시려고 애를 쓰십니다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
저건 저 때쯤 이렇게 해야 하고
그럴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서리태 뽑으실 힘이 없어서
밭둑에 앉으셔서 말씀을 하십니다
그러세요
말만 하세요
힘쓰는건 제가 다 할게요
쫑아
어머니가 아프시고 난 뒤로 나보다 더 오랜 시간 어머니와 같이 있었지
너는 알고 있니
어머니가 아프신걸
너는 알고 있니
내가 얼마나 슬프고 힘든지
아무도 모르는
내 마음을 너는 알고 있니
내가 하고 싶은 아주 많은 말들을 네게는 계속 했는데
너는 알아듣니
혹시 알아듣고 있으면 너도 힘들겠구나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