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는데
아랫동네 친한 분이 배추밭에서 배추를 수확하다가 손짓을 합니다
가을에 배추 심을때 배추를 한 20포기 주신다고 해서
내심 기다리고 있었는데
연락이 없어서 잊어버렸나 하고 살짝 서운했었습니다
그래도 물어 보거나 전화를 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아무말도 하지 않는 편이어서
잊어 버렸어도 할 수 없지 하고 있었는데
배추가 잘 안되었답니다
조금 더 기다리면 속이라도 찰까해서
기다렸는데 김장이 할 만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 그냥 뽑아다 드시랍니다
잊지 않고 있었구나
배추가 여물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만 남들은 다 김장하는데 왜 배추를 안줄까
주기 싫은 걸까
잊어 버린걸까
별 상상을 다하고 서운하기 까지 했습니다
아무말 안하고 그냥 기다리길 잘했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왜 그냥 끝없이 기다리는 것을 잘 못할까
자기 생각에 이만큼이면 오래 참은거야 하고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상대방은 아직 그때가 아닐수도 있는데
김장때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배추를 보며서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참 오래 무던히도 잘 참는 분이셨습니다
자식들에게
한마디 하실 것도 같은 일에도 그냥 아무말씀 없이 지나가셨는데
나중에는 정말 깊은 사랑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을 생각할때는
그런 생각을 먼저 하려고 노력 합니다
일부러 그러지는 않았을거야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된거겠지
김장을 해 볼까하다가
올해는 그냥 넘어가자고 생각하던 참이어서
괜챦다고 하니 굳이 그중에서 튼실한 배추를 몇포기 뽑아 줍니다
가져가서 먹으라고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채소 두가지를 꼽으라면
배추와 무우 입니다
저녁때는 배추하고 된장하고 밥 한 사발을 먹었는데
배추를 된장에 찍어 먹으면서
너무 맛있어
정말 맛있어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채소는 없을거야
배추는 정말 달달한 채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