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은 심지 않기로 했습니다
작년에 거둔 마늘도 아직 있고
어머니 생각이 많이나서 올해는 안 심으려 합니다
땅콩을 거두고 있습니다
비료도 한번 안주고
농약도 한번 안치고
김도 한번 제대로 매지 않고
혼자 알아서 열심히 커 준 땅콩이 얼마나 달려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잡초와 땅콩이 반반입니다
드문 드문 쥐가 파먹어서 모종이 죽은 자리는 비어 있고
땅콩을 뽑을때마다
어머니가 하시던 말씀이 생각 납니다
쥐가 반은 파먹고 나음게 별로 없구나
땅콩을 뽑을때 느낌으로 알수 있었습니다
묵직하지 않으면
땅콩이 안달려 있는 것이고
그 옆에는 분명히 쥐굴이 하나씩 있습니다
땅콩을 뽑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람쥐든지 쥐든지
많이 모아 두었니
니들이 오늘 땅콩이 싹 없어지는 건 몰랐지
내일 이제 그 옆에 땅콩 먹어야지 하고 와 봤는데
아무것도 없으면 걱정이 되겠구나
어
다 없어졌네 겨울양식은 어떻게 하지
그러게
미안한데 그건 이제 니들 문제야
흙하고 검불이랑 깡지를 분리하고
땅콩만 다시 수레에 담았습니다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땅콩 다 캐면 고추 꼭지 따고
대추도 따고
가지랑 케일도 마자 정리하려 했는데
대추 따기는 포기해야 겠습니다
이제
밭에서 짓는 농사는 다 마무리 되었습니다
눈이 내리면 깨 털은 나머지를 태우고
봄에 비닐을 걷고
경운기에 쟁기달아서 밭을 갈아보려 합니다
트랙터 가진 남에게
밭갈아 달라고 부탁하는건 안하려 합니다
어머니 생전에
그 일이 얼마나 마음을 불편하게 했을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나가는 말로 하시던 말씀이 떠 오릅니다
지금 동네 트랙터가 갈아 주어야 하는데
바쁘다고 아무도 안갈아 주는구나
그럴때는 무심코 흘려 들었는데 얼마나 조바심이 나셨을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삽질이라도 해서 갈아 드릴 걸
포키라도 데려다가 갈아 드릴 절
아니면 경운기에 쟁기라도 달아서 갈아 드릴 걸
죄송합니다
뭐 그렇게 대단한 직장이라고
뭐가 그렇게 사는게 바쁘다고
어머니 밭을 한번 못 갈아 드린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