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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준비

산끝 오두막 2015. 4. 6. 18:27

 

어머니 댁에 닭장에서 퍼 내 놓은

왕겨와 닭똥을 밭에다 펴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걱정을 하실까하여

미리미리 농사준비를 해 두어야 합니다

 

가끔 불쑥 묻고는 하십니다

비닐은 다 걷었니

거름은 아직 안 뿌려도 될텐데 닭장에서 내 놓은 왕겨는 미리 좀 펴 두렴

 

네 오늘 다 펴 놓았어요

 

겨울에 파 묻어 놓은 무에서 싹이 났는데요

그건 이제 속이 골아서 못먹는다

닭도 없으니 그냥 두고 보려 합니다

꽃이라도 피려나 하고요

 

 

 

 

 

어머니는 보시지도 못하는 산수유가 예쁘게 피었습니다

사진을 찍어다 보여 드리니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십니다

 

이제는 집에 못 갈것 같구나

아이고 그런 생각 마세요 갑자기 벌떡 일어나셔서 아무일 없다는 듯이

집에 가실지도 몰라요

하면서 눈물이 나오려 합니다 

 

농사짓기 힘들지 않겠니

아니에요 몇년동안 어머니가 잘 가르쳐 주셔서 농사 지을수 있어요

그래 내가 좀더 알려주어야 하는데 다 못알려 주어서 걱정이구나

조금 더 따뜻해지면 함께 가보시면 되지요

 

마음이 무너집니다

잘 참으려 하고 담담하려 하지만

혼자 걷거나 생각을 하거나 꽃이 피는걸 보면 눈물이 나옵니다

이제는 더이상 이 아름다운 세상의 꽃들을 경치를 바람을 보실 수 없구나

 

사는게 참 부질없네요

평생을 어머니곁을 안떠나려고 어머니댁근처에 직장을 얻고

살아 왔고 잘 해드리려고 애를 쓴것 같은데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잘해 드린게 없습니다

 

 

 

화초에 물 너무 주지 말거라

겨울에 물 자주 주면 죽는다

말씀대로 보름에 한번씩만 주고 있어요

그래 잘 했구나

자신은 없지만 끝까지 이 화초들 안죽게 잘 관리해 보려 합니다

 

어머니는 대단하신 분입니다

한번도 불평을 하신적도 없고

한번을 자식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신적이 없는 분입니다

아파서 누워게신 병원에서도 옆 환자 분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걱정을 하고 계십니다

 

나도 저렇게 살다가

저렇게 마무리 지을수 있을까

자신이 없습니다

 

 

 

시금치가 싹이 났구나

이젠 어머니의 시금치 된장국도 먹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요즘은 너무 힘든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기운내서 밝은 표정으로 어머니를 뵙고는 있지만

너무 슬프고 힘든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건

찬 바람 부는 겨울을 나셔서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어머니가 좋아 하시는 민들레 꽃도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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