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주택이라면
반드시 물과 전기가 필요합니다
물과 전기중 더 중요한건 뭘까요
물이지요
전기는 없으면 촛불켜거나 어두운채로 지내면 되지만
물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밥도 못먹지요
당연히 씻는건 안됩니다
수돗물이 수도꼭지에서 콸콸 나온다면 얼마나 고마울까요
겨울엔
산속에서 물쓰는게 너무 어렵습니다
우물이 얼기도 하고
개울이 얼면 물길어 올 곳도 없습니다
출근했다가 퇴근하면 물통에 물도 다 얼고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그 집들
엄청난 콘크리트 덩어리로 만든
그 커다란 집이라는 통을
항상 따뜻하게 유지하려면
얼마나 어마한 에너지가 필요한 걸까
언제나 꼭지만 돌리면 따뜻한 물이 나오게 하려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고로워야 할까
내가 편하다는 것은
누군가는 그만큼 불편하고 힘들어야 한다는걸 알고는 있을까
밤에 무엇인가 편하게 움직이고 작동된다면
그 밤에 잠안자고 그걸 작동시키는 사람들이 있다는걸 알기는 할까
물이 얼때를 대비해서
늘 난로 위에 물통에 물을 올려 놓습니다
퇴근하고 불을 때면 통안에 물이 얼었다가 녹습니다
하얀스텐통은 식수입니다
노란양은통은 세수나 설지 물이고
위에 좀 작은
양동이 물은 변기에 붓는 물입니다
주전자는 개밥주고 물줄때 사용합니다
매일 퇴근하면
양수모터에 물채우고 물을 퍼올려서
저 물통들을 모두 채웁니다
그리고 양수모터 물을 다 뺍니다
안빼면 밤새 얼거든요
그리고
아침에는 저 물통에 물을 퍼서 밥하고 씻고 변기에 붓고
저녁에는 다시 물을 채우고
몹시 바쁘면 불평하거나 딴생각할 시간이 없습니다
배부르고 등따습고
그러면 아무일도 아닌데도 짜증을 부립니다
별일 아닌데도
불평 불만이 많은 분들은 혼자서 살면 됩니다
혼자서
나무하고 물긷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장작하고
밤에 장작불 꺼지면
웅크리고 자면서 이불속에서 왜 이렇게 추운거야 하면 됩니다
그게 누구탓도 아닙니다
니가 불을 거트린거니까
자신을 탓하면 됩니다
지금
수도꼭지에서 따뜻한 물나오고
방안에 들어서면 따뜻하고
스위치 눌러서 방이 환해지면
아무것도 불평하면 안됩니다
이 세상에 불평 불만 많던 제가
그냥
따뜻한 밥한끼
따뜻한 방안 온기
어둠을 밝혀주는 전등 몇개가
이렇게 고마운 것들이구나 하고 알게 되어서
산속에 혼자 살길 잘했네
안그랬으면 지금도 온세상이 불만투성이였을텐데
저는
산속사는게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