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집짓기

깊은 산속 혼자서 집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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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집만들기

집이라는 것

산끝 오두막 2008. 6. 16. 11:30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집장사도 아닌데 집도 참 여러번 고쳐 살기도 하고 지었다

물론 다른이들이 생각하는 집과는 거리가 멀지

아마 학창시절 텐트를 좋아하더니

그정도면 집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사짐이라면 또 그수준일게다

밥솥과 그릇몇개 그리고 휴대용 가스렌지

 

최초의 집은

어느 양수장 한켠을 개조해서 살았다

전기변압기의 웅웅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살았는데

자고 나면 피가 말르고 입술이 바르는 느낌이었다

실제인지는 알수 없지만

분명히 몸에는 않좋은 거 같았다

좋았던거 외따로 떨어져 있고

앞에 넓은 강이 펼쳐져 있었다는 거다

경치는 좋았지

 

두번째 이사 한 집은

깊은 산속에 버려진 벙커 같은 곳에 살았다

아무도 없으니 좋기는 했다

전기가 없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모기때문에 참 힘들기는 했다

물이 없어서 물을 길러 다녀야했고

퀴퀴한 습기때문에 자고 나면 늘 머리가 묵직했다

집게벌레 때문에 가렵기도 했고

 

세번째집은 컨테이너로 이사했다

아마 그중에 가장 훌륭한 집이었던것 같다

그때부터 살림이 좀 늘기 시작했나보다

냄새 안나고 습기 안차고 해서

너무 좋았는데 여름엔 완전 찜통이다

사우나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네번째 집은 폐분교로

이번에 정식으로 임대를 내서

교실을 방으로 예쁘게 꾸미고 살았다

혼자 지내는게 아까워서 사람들도 방문 하고

재미있었다

경치도 좋았고

마음도 편하고

방이 여러개다 보니 짐이 엄척 많아졌다

산끝분교가 이름이 조금씩 나니까

돈욕심나는 이들이 달려들어

교육청에서 임대취소를 해서

다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다섯번째 집으로 이사는

드디어 혼자 짓는 집중에서 가장 집다운 집을

돈을 약 오백만원 들여서 짓게 되었다

혼자 숲속의 나무도 자르고

터도 닦아서 하얗고 예쁜집(남들은 웃을지 모르지만)을

지었다

전기가 없으니 그 고생은 이루 말할수 없었지만

아마도 사람들은 자기가 자기 땅위에

자기가 원하는 조그만 집을 짓는게

꿈일지도 모르겠다

남들에게 피해 안끼치고 욕심 안내고

혹 누군가에게 조금 베풀수 있다면 그렇게 하면서

살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

그렇게 살 수 있을거 같아서 좋았다

 

여섯번째의 집으로 이사는

지난 큰 비때 길도 끊기고 전기도 없는 곳이고 해서

골짜기 조금 아래전기 있는 곳에 집을 다시 지었다

물론 게가 소라 껍질 지고 다니듯 가지고 다니던

컨테이너를 가져다 놓고 벽을 바르고 지붕을 얹어서

한달만에 지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지금은 거기에 산다

 

중요한건

남들이 만든집을 돈주고 사거나

남들에게 돈을 주고 고친게 아니라는 점이다

버리거나 주는 걸 모아다 붙여도 살만한 집이 되더라는 것이다

인간은 혼자서 모든게 가능하게 만들어져있다

먹는 거 사는거 다 가능하다

 

전우익 선생의 말이 맞다

바지 두벌 신발 두켤레 밥솥과 그릇 몇개면 사는데 지장이 없었다

남들에게 도움주지 못할망정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그런데 또 이사를 가야하게 생겼다

한동안 이사를 안했나?

이번엔 어느 골짜기로 가야하나

 

사람이 부대끼지 않는 곳으로 가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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