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어머니댁에 농사지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닭장에 닭대신 들어가 있던 강아지 쫑이도 햇살 좋은 밖에 묶어두었습니다
저 닐을 다 벗겨내야 하는데
매년 김매기 싫어서 비닐을 덮고 봄에 벗기고
한해인가 어머니와 농사 지을때 비닐 덮지 말고 하자고 하셔서
그랬던 적이 있는데 풀때문에 지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초제를 치면 되지만 농약을 안쓰려 하다보니
차라리 번거롭더라도 비닐을 덥는 편이 나았습니다
어머니 화초가 밖으로 나왔습니다
물을 덜주어서 그런건지
너무 주어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잎이 많이 떨어져서
흙도 새로 갈아주고 화분도 좀 큰 것으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어머니가 생전에 아끼시전 나무들인데
안죽고 잘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퇴비를 좀 넣어볼까
뿌리에 닿으면 죽는다고 하던데
겨우내 보온을 위해 막아두었던 창문 비닐도 걷어 냈습니다
어머니 돌아가신지 꼭 일년이 되었습니다
어머니 집은
어머니 돌아가신때와 달라진것은 없습니다
쓰시던 물건도그대로 있고
입으시던 옷도 그대로 있고
신던 신발도 그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벽에 걸린 사진들도 생전에 걸어두신 그대로 있고
마당에서 쓰시던 호미며 농기구도 그대로 있습니다
안방 창문 비닐을 떼어드렸고
환기를 좀 시켜드려야 겠습니다
어머니가 쓰시던 화장대에몇개 안되는 화장품을 바라보면서
병원 모시고 갈때
그래도 뭘좀 바르고 가야지 하시면 웃으시던 모습이 떠올랐는데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아이들이 다 떠나고
혼자서 농사를 지으시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아이들을 기다리셨을까
매년 농사짓는 봄을 기다리셨을까
어떤날 하루
어머니댁에 갔더니 쪼그려 앉아 병아리를 들여다 보시다가
나를 올려다 보시며
예쁘구나 하시면서 웃으시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어머니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기 보다는
따뜻하고 감성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머니는
포근하고 따뜻하며 언제 달려가도 따뜻한 미소로 반겨주시거나
무슨 잘못을 해도 그냥 모른체 하시며 안아주시는 존재였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구의 부모라면 정말 따뜻한 마음으로 자식을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구의 자식이라면
이론이나 지식이나 논리적인 사고로 부모를 가르치려 들기보다는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해 드릴 수 있는 자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께
죽은 다음에 이다음에라도 우리 꼭 다시 만나요
그런데 우리 서로 못 알아보면 어쩌지요 그랬더니
어떤 신호를 하자고 제게 약속해 주셨습니다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죽고 나서 만약 다음 세상이 있다면 우연이라도 아니면 찿아다녀서라도
서로를 바라볼때 어머니께서 제게 그 약속한 신호를 주시면
저는 바로로 어머니를 알아 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때 그 모습이 지금의 어머니 모습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다시 만날수만 있다면 어떤 모습이어도 좋습니다
그 따뜻하고 포근한 마음만은 지금과 같을거라고 믿고 있으니까요
안방 창문비닐을 접다가
비뚤빼뚤한 글씨로 안방 이라고 쓴 글씨를 보면서
또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비닐 걷는 일이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땅에 묻혀있는데다가 풀뿌리들도 얽혀서
그냥 잡아 당기면 찢어지기도 하고 옥수수나 고추 뿌리도 걸리기도 하고
봄바람이 불어 흙먼지가 엄척 날리기도 하고
1000 평을 혼자 농사짓는다는것은 쉬운일이 아닌데 어머니는 평생을 그렇게
농사를 지으셨습니다
일요일 12시부터 비닐을 걷기 시작해서
6시가 되서야 끝났습니다
다 낫지않은 팔굼치와 허리와 발목이 쑤십니다
순간 그런생각이 들었습니다
다 낫지 않은것이 아니구나
이제는 이것이 정상인거구나
쓰면 쑤시고 아프고 찜질하고 치료하면 나아졌다가
쓰면 다시 쑤시고 아프고
이렇게 나이들어가면서 살다가 세상을 떠나는것이
삶인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