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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일

산끝 오두막 2010. 4. 8. 13:23

낫에 손가락을 베었다

깊이 베인탓에 밤새 피가 멈추지 않아 지혈을 하다가

다음날 병원엘 갔다

요즘은 실로 꿰매지 않는가 보다

호치키스같은 집게로 몇군데를 콱집어 놓는다

그리고는 열흘이 지나서 아물었다고

집게로 꿰멘 핀을 잡아 뽑다가 간신히 붙었던게

다시 떨어지면서 피가 솟구치니까

피가 이상이 있으신거 같다며 피검사를 하시라네

병원가기를 포기하고

그냥 지혈제와 반창고로 묶어서

다시 열흘 이제 간신히 붙었다

 

컴퓨터 자판을 치는것도

원래 독수리타법인데 그중 중요한 손가락을 못쓰니

절반을 못쓰는 꼴이고

설거지를 못하니 대충 헹구어 먹고

머리는 고무장갑끼고 억지로 어떻게 감고 있고

하고 싶은 오두막 짓기는 엄두도 못내고

 

한손으로 살아보니

남은 한손이 참 귀하다는 생각도 하고

아주 작은일이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큰일도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봄이 되면

두가지 때문에 힘들다

 

춥고 힘든 겨울을 잘 버텨내고 계곡엔 잔설이

양지에 버들강아지가 탐스러울때

우울하고 슬퍼진다

나이드신분들이 봄에 많이 세상을 등지는 이유일거같다

우울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차피 삶의 끝은 죽음이란걸 모르는 사람은 없는데

솟아나는 생명들을 보면서

슬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겨울철새들이 떠난 자리에

여름 철새들이 온다

뻐꾸기 부엉이 이름 모르는 딱따구리

아지랑이 피어 오를때

먼산에 살구꽃 진달래가

꿈처럼 피어날때

훈풍이 부는 밤 소쩍새가 울고 있을때

마음이 공허해진다

별이 뜨고

이름모를 밤새소리는 계곡 저편에서

아스라히 들려오고

누군가를 기다리지만

아무도 오지 않을거라는걸 알게 될때

누구에게도 나의 이야기를 할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 두가지는

매년 봄이면 반복되고

아주작은 손가락의 상처가 몸을 못움직이게 하듯이

아주 작은  서글픔이

온마음을  흩어지게 만든다

 

봄은 그렇게 내 마음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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