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냥
숲속을 헤멥니다
길이 없는 푹푹 빠지는 낙엽을 밟으며 숲을 다닙니다
딱히 무슨 이유가 있는것은 아닙니다
자연인은
바랑에 호미를 넣고다니다고 합니다
눈에 뭔가 뜨이면 캐야 하니까요
자연인인데 그러시면 되나요
자연인이라면서요
그건 산채꾼이죠
길없는 산속에 들어가면
방향감각이 잘 없습니다
그럴때면
서울에서 영업직할때 생각이 납니다
그땐 네비도 없고 휴대폰도 없고
처음 서울살이하면서
방향감각이 없었습니다
그럴때면
늘 한가지 생각을 하면서 운전 했습니다
해를 따라 서쪽으로
지금도 그 생각으로 방향감각을 잡고 다닙니다
길을 찿을 때는
언제나 같은 생각으로 찿았습니다
해를 따라 서쪽으로
저는 서쪽이 좋습니다
뜨는 해보다
지는 해를 좋아했습니다
언제가는 죽는 것
언제가는 마무리 되어야 하는것
모든것은
서쪽으로
20년전에 처음 이곳에 왔을때는
임도 옆 나무에도 저 겨우살이가 참 많았습니다
유명산으로 등산을 다니다 다니다
이제는 임도까지 무슨길이니 뭐니하면서
호미든 분이나 방문객이 훓고 지나가면
약초는 물론이고
저 겨우살이 남아나지 않습니다
왜 끓여드시고 달여 드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건강하고 싶어서 그런거야
네
깊은 숲속에 숨어서
간신히 살아남았네요
아마 내년 봄에는 재들도 없을겁니다
건강하고 싶어서그래
네
돈이 되면 자르고 캐가야지
네
넌 약초나 저런게 탐나지 않니
네
그럼 돈벌고 싶은사람에게 양보하면 되겠네
네
그냥 재들도 살자고 태어났는데
누군가 병이 들어서 어쩔수 없어서
아파서 고치려고 먹는다면 몰라도
지금 괜챦은데 더 건강좋아지려고
돈이 된다니까 잘라서 팔거나 먹는건 좀 그런데요
그건 그래
땅바닥에 누가 원을 그려 놓았습니다
신기하네요
주변을 아무리 돌아봐도 사람 발자국은 없는데
누가 원을 그렸지
원은
왜 그렸을까
접근한 발자국도 없는데 어떻게 그렸을까
아무리 봐도 신기합니다
아무도 없는 산속 맨땅위에
발자국도 없고 사람흔적이 없는데
아주 정확한 원이 땅바닥에 그려져 있습니다
바닷속이나
달나라에
인간의 발자취가 존재하지 않는
어딘가에 네모 세모 원 모습을 한
기하학적 구조물이 있으면
사람들은 흥분하기 시작합니다
지능을 가진 존재가 있는 거라고
한참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나무 실뿌리가 하나 땅위로 나와 있는데
바람이 불면 회전합니다
동풍이 불면 서쪽에 반원을 그리고
서풍이 불면 동쪽에 반원을 그리고
바람이 이리저리 돌면 정확한 원을 그립니다
인간만 원을
그릴거라고 생각하면 착각입니다
자연도
기하학적인 모양을 만들어 낼줄 압니다
우리 모두 시작은 원자였고
우리 모두 시작은 단세포였고
우리 모두 마지막은 원일겁니다
자연도
우리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