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에 살면
좋은 옷을 입으면 안됩니다
좋고 비싼 옷을 입으면 몸이 불편해서 일이 어려워집니다
나뭇가지에 긁히거나 풀물이 들면 옷의 기능을 못하게 됩니다
밝고 하얀색 옷도 입기가 어렵습니다
버리기 쉬우니까요
그냥 산속에만 있으면 별 문제 없는데
사무실에 나가야 하고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양쪽을 동시에 만족하는 옷은 없으니 옷을 입는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양쪽을 무난하게 만족 시켜주는 옷이 청바지 입니다
양복은 평생을 한벌로 사는데
유행이 지난 양복으로는 사회생활이 쉽지는 않습니다
아는 분들 행사에 참가 하는게 참 어려운 일중에 하나입니다
아무렇게나 입고 가면 좋겠는데
그건 그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그렇다고 안 갈수도 없고
그렇다고 청바지를 입고 갈수도 없고
매번 유행에 맞추어 옷을 사 입을수도 없고
괜히 사람으로 태어 났나 봅니다
그냥
개나 소나 나무로 태어 났으면 평생을 한벌의 옷으로
편하게 살아갈수 있었을텐데요
신발도
거의 십년째 저 신발만 신고 있습니다
떨어지면 어떻게 하느냐구요
발 크기는 거의 변하지 않아서 같은 신발을 한 네켤래쯤 사놓고 신고 있습니다
지겹지 않을까 궁금하실건데
지겹지 않습니다
주변에 있는것들
예를 들면
나무라던가 어머니라던가 친구라던가 개들이라던가 자동차라던가
오래되면 오래 될수록 정들면 정들수록 더 좋습니다
오래 될수록 좋은 것들이지요
변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니
별로 기대할 건 못되지만
신발이나 옷이나 개나 나무나 자동차는
내 마음만 변하지 않으면 끝까지 내곁에 처음처럼 있는 것들이니까요
어머니도 그렇습니다
청바지는 처음에는 외출복이었다가
시간이 흐르면 외출복겸 작업복이 되었다가
더 시간이 흐르면 작업복이 되고
무릎에 구멍이 나고 지저분해서 더이상 못입게 되면
기름 걸레가 되고
그 다음에는 불 쏘시개가 됩니다
며칠 전에는 살이 얼마나 빠졌는지
전에 입던 청바지들이 너무 커져서 입을수가 없어서
깨끗하게 정리해서 의류 수거함에 가져다 넣었는데
마음이 짠 했습니다
다시 살이 찌면 입을 수 있을텐데
그냥 둘걸 그랬나
다시 살이 찔수는 있을까
정성스런 마음이 담긴 물건이라면 그 값어치는 돈보다 훨씬 더 좋은 것일텐데
언제부터 돈이 마음을 앞서게 된것일까
세상에 돈으로 하는 효도가 제일 쉽다고 하던데 돈의 양으로 효도의 가치를 따지면
돈이 없어 몸으로 마음으로 효도한 사람은 효도를 한게 아니네
어머니댁에 의자에 앉아 햋볕을 쬐다가
청바지와 신발을 보면서 별 생각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만 쉬고 배추를 묶어야 겠습니다
다음 주 쯤에 배추를 묶어주렴 하시더니
벌쩌 반 넘게 배추를 묶으셨습니다
나머지는 금방 묶을것 같습니다
끈이 없어서 다 못 묶었다고 고추밭에 고추대 묶은 끈을 풀어다 묶으면 된다고 하십니다
네
어머니가 무슨말씀을 하시면
그냥 바로 네 하고 대답합니다
옳고 틀리고의 문제는 없습니다
그냥 그러시다면 그런 겁니다
세상에 옳고 틀린 일이 어디있나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 그냥 그게 그것이고
될일이면 되고 아닌일이면 아닌건데
다 묶었습니다
베어 놓은 깨도 잘 마르고 있습니다
올해 농사도 이제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농사를 지으실 수 있길
꼭 그렇게 되시길 간절하게 마음 깊이
그게 신이든 하늘이든 누구에라도 부탁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