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는 임도길 중간에
누군가 벌통을 가져다 놓았습니다
가끔 벌통 앞에서
벌들이 드나드는걸 구경하는데
말벌이 자주 보입니다
처음에는 말벌이 왜
벌통앞에서 날아다니는걸까
꿀을 빼앗으려고 하는걸까
오늘은 아주 작정하고
말벌을 관찰해 봤습니다
말벌이
벌통앞에서 정지비행을 하면
벌들은 어떤 느낌일까
곤충이 무슨 감정이 있을까 생각하지만
만약 있다면
저는 그 느낌을 알 것 같습니다
무력감
공포
여자들이
폭력적인 남편이나 남친에서서 느끼는 공포감
아이들이
폭력적인 아버지에게서 느끼는 공포감
아이들이
꽉막힌 엄마 히스테리에 잔소리에서 느끼는 무력감
말벌이
이벌통에서 저벌통으로 이동하면서
입구에세 정지비행을 하는이유를 알아냈습니다
가장 약한 벌을 물고
그 벌통주변을 벗어납니다
처음에 그 모습을 잘못이해했습니다
말벌의 벌집 공격을
벌들이 막아서는것으로 이해했는데
계속 관찰해보니 그런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말벌이
가장 약해보이는 벌 한마리를 물고 숲속으로 사라집니다
따라가 봤습니다
나뭇잎 아래 매달려서 말벌이 작은 벌을 먹고 있습니다
그걸 보는 느낌은
아프리카 대초원에서 사자가 얼룩말을 잡아서
나무그늘 아래 끌고가서 여유롭게 먹는 광경같았습니다
그런거 였어
말벌이 작은벌을 사냥하는거였네
하기사
개미도
지렁이나 메뚜기가 죽으면 완전 분해가 되도록 먹어치우는데
인간도 같은 인간을 때려죽이고 돈을 빼았는데
벌이 벌을 잡아먹는게 무슨 대수라고
그래도 한참을 보고 있자니
죽어가는 작은 벌이 안타깝기는 했습니다
말벌은
벌집에 꿀을 빼앗으러 오는게 아닙니다
일반벌을 사냥해서 먹이로 삼는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