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횡재했는데요
늘 누군가가 내게 무엇을 해주면 당연한줄 압니다
반대로
누군가에게 늘 무엇인가를 해주면 상대도 당연한줄 압니다
부탁했는데 거절하면 기분이 나빠집니다
인간은 참 으로 얄팍한 존재입니다
안 그러려고 노력하며 살아야 합니다
부탁 안했는데도
누군가가 내게 무엇을 해주면 아주 횡재한 기분이 듭니다
매일 밥을 혼자 해먹다가 누군가 해주면 횡재한 기분일거고
매일 혼자 설거지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딸이 설거지를 해주면 눈물이 왈칵날겁니다
그 딸이 매일 설거지해주다가 어느날 안해주면 화가 날겁니다
퇴근길에 산아래 도착했는데
동네 동생이 트랙터로 눈을 밀어 주었습니다
횡재했네
바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너무 고맙다고 횡재한 기분이라고
갤로퍼 빠진 곳까지 밀었답니다
아침에 걸어가느라 고생했을거라고 하면서
발자국 보고 밀었답니다
우와
그 동생네 집에서 무려 4키로 미터를
그것도 좁은 임도 급경사를
그 큰 트랙터로 눈을 밀어주었다고
내가 이렇게 복받아도 되나
트랙터로 눈을 밀어 주어서
발이 푹푹 안빠지고 편하게
갤로퍼 빠진 곳까지 걸어 왔습니다
갤로퍼는
눈을 맞으며 구덩이에 빠져서 하루를 보냈네요
얼른 가서 작업복 갈아입고
포크레인 데리고 꺼내러 와야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형아가 간다
앞뒤로 눈을 다 치우고
경사지 위에서 위로 끌어 낼겁니다
차가 빠지면 경사지 아래로 꺼내는게 더 쉽습니다
빠진 차에 운전자가 있다면
차가 꺼내는 순간 브레이크를 밟아주면
꺼낸차가 경사로 아래로 밀려 내려오지 않지만
빈차에
중립기어라면 꺼내는 순간 도로 아래로 밀려 내려옵니다
바가지로 막을 수도 없고
혼자라면 꺼내기 힘들어도 경사지 위로 끌어 올리는게 낫습니다
그래야 경사지 위로 잡아 당기는 상태에서
꺼낸차에 들어가서 사이드를 채울 수 있으니까요
경사지 아래서 뒤로 끌어내면 편하지만
편하게 뒤로 꺼낸차가 굴러내려와서 꺼내주는 차를 잘 들이 박거든요
갤로퍼는 견인고리가 한쪽에만 있어서
그쪽으로 당기면 바퀴가 반대로 돌아갑니다
그럴때는 키를 넣고 시동을 걸어
핸들을 탈출방향으로 돌린다음 키를 빼고
핸들을 살짝돌리면 핸들이 잡깁니다
이 모든 일들은 혼자라서 하는 일들입니다
운전자가 있고 견인자가 있고
사람이 둘이라면 이렇게까지는 안해도 됩니다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포키도 자리를 잡고
삽날도 빠진차방향으로 고정하고
눈길에 빙판이라 포키가 끌려 갈수도 있거든요
갤로퍼 핸들도 돌려 놓고
견인바를 쓸까
체인을 쓸까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체인은 실수하면 갤로퍼 차체에 크게 흔적을 남길거고
견인바는 부드러운 대신 힘이 과하면 끊어질수도 있습니다
체인을 쓰기로 했습니다
잘 꺼냈습니다
차동제어장치가 없으니
빠진 바퀴만 애를 쓰고 돌았네요
집 위 임도에 갤로퍼를 가져다 놓고
걸어가서 포크레인을 또 끌고 왔습니다
이젠 내려가서
오두막집 마당 개집 처마 지붕에 눈치워야지
밀어 내린 눈이 이제 정말 처마에 닿겠습니다
출근길입니다
동네 동생이 눈을 밀어주어
갤로퍼로 편하게 임도를 지나왔습니다
시골집에 쓸 고망가진 모터펌프 고친걸
썰매에 싣고 산아래로 갑니다
주말동안 잘 쉬렴
산아래 도로에 봉고차입니다
잘 출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