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집짓기

깊은 산속 혼자서 집짓기

산끝오두막집

혼자생각하기

굿

산끝 오두막 2021. 5. 14. 09:23

요즘에 이 단어 쓰면

누구나 good라고 생각할 거 같습니다

나이 드신분들은 무당을 생각할거구요

 

어제는 봉사활동을 마치고

집에 올라가서

자재를 정리하다가 미끄러지면서

혹한기 경유를 보관해두었던 연료통에 부딪치면서

손목을 다쳤습니다

연료통이 께지면서 경유가 쏟아져나와

손목이 까진걸 볼틈도 없이

깨진경유말통을 손으로 막으면서

커다란 탱크에 옮겨붓느라 아픈걸 몰랐는데

바지도 경유에 젖고 손목도 기름에 젖어 쓰라리고

중요한 작업을 할때는 딴생각을 하면 안되는데

딴생각을 좀 했나 봅니다

 

크게 다치거나 무슨 문제가 생기면

지금은 신을 찿지만 예전에는 굿을 했습니다

 

어려서 얼마나 말썽을 피웠는지

어머니께서 나를 위해 굿을 했던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아마

그냥 저렇게 두었다가는 죽을 지도 모르겠다는 판단이셨을 겁니다

 

지금도 눈앞에 선명한 굿할때 장면이

바로 어제일처럼 가끔씩 떠오릅니다

 

커다란 상 위에는 돼지 머리가 놓였고

옆에는 북치는 분이 앉았고

그옆에는 또 어떤 늙으스레한 아주머니가 주문을 외고

앞에는

무당이 깃털과 방울소리 요란한 요령을 흔들며 현란한춤을 춥니다

어머니는 연신 허리를 조아리면 두손을 비비고

저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

춤추는 무당에게 중간 중간 물도 맞고 가끔 깃털로 머리를 맞습니다

 

무당이 뭐라뭐라 하고 소리를 치고

어머니는

돈을 돼지 귀에 꽂고

무당이 뭐라뭐라하면

어머니는

다시 허리를 굽신거리면서 두손을 싹싹 비비고

한참을 그러더니

마지막에는 깃발을 뽑으랍니다

색깔이 다섯개 뿐이고 뒤에 말아 쥔 것이

어수룩해서 뭘 뽑을지 다 보이는데

까만색이 좋겠네 하고 뽑았더니

또 춤추고 방울 흔들고 하다가 다시 뽑으라해서

이번에는 빨간색을 뽑아야 하나 해서 뽑았더니 

아니라며 다시 춤추고 물뿌리고 방울 흔들더니

다시 뽑으라해서 노란색을 뽑았더니 

이제 되었다면서

어머니께 고개를 끄덕거리고 굿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지금은 그런생각을 합니다

그게

굿이면 어떻고

부처님이면 어떻고

예수님이면 어떤가

내가 걱정이신

어머니가 마음편해지면 그만인건데

 

그런데

그 시절에는 그런 생각이 없이 

어른들은 왜 저 난리지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하지만

나중에 동네아줌마들이 몰려와서

어머니께 악을 쓰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 깡패새끼 대학가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진다

 

 

'혼자생각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만큼이면 되겠니  (0) 2021.05.18
굿 2  (0) 2021.05.14
왜 3  (0) 2021.05.13
왜 2  (0) 2021.05.13
  (0) 2021.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