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할때입니다
서울서 세일즈하다가
공무원해볼까해서 처음본 시험이 소방관 시험인데
그러다 보니
나이 30에 고등학교 갓 졸업한 청춘들과
소방관시험을 같이 보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합격해서
어느 소방서로 발령을 받았고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현지에 부임하니 저보다 어린 직원들이
꽤 있었습니다
군대나
연예인이나
체육인이나
어느조직이나 입사순서로 위계질서를 만들지요
30세여도
신참이니 화장실 청소 담담이 되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화장실이
재래식과 수세식이 공존하던 시절이었는데
관공서라고 수세식이었지만
휴지는 변기에 넣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아침에 교대근무 인수인계전에
화장실 휴지통을 다 비워야 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대개 관공서와 학교등
큰 기관들은 자체 소각시설을 만들어서 소각했는데
큰 휴지통에 각 화장실 칸마다 수북한 휴지를 모아서
여기서 모은다는 뜻은
손으로 집어 커다란 쓰레기통에 구겨넣고
소각장에 가서 일일이
다시 꺼내서 집어넣고 태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처음에야 집게도 쓰고 나름 조심하지만
나중에는 묻거나 아니거나 상관없이 장갑낀 손으로
마구 집어서 욱여넣게 됩니다
바닷가 호수옆에
봄바람이 아주 심한 벌판에 소방서가 있었는데
아침에 양손에 커다란 쓰레기통에 가득 응아 묻은
휴지를 담아서 소각장으로 가려고
소방서 앞 마당에 나섰는데
눈도 못뜰지경의 돌풍이 불면서
양손 휴지통에 휴지를 모조리 뽑아
이러저리 풀리면서 구르면서
마당을 가로질러 마당끝 울타리며 나무가지며
온통 운동회날 만국기 걸쳐 놓은 것 같이 걸렸습니다
아
저걸 어떻게 하지
바닷가에 봄바람은 정말 심합니다
투덜거리면서 다시 다 걷어서 소각하면서
언제까지 이걸해야하지
내 후임이 안온다면 몇년이고 해야할는일이네
나 온다고
내 전임자는 정말 좋아했겠네
꽤 근무를 하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소방관을 그만 두었습니다
휴치나 청소때문은 아니었지만
지금이야 소방관님들 변소청소 안하겠지요
아니면
아직도 자체적으로 변기청소 하려나 모르겠습니다
그런 잡무가 아니어도
소방관은 정말 쉽지 않은 직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