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집짓기

깊은 산속 혼자서 집짓기

산끝오두막집

혼자살아가기

체인

산끝 오두막 2012. 10. 30. 10:10

산속에 살면

날씨에 아주 민감합니다

그냥 민감한게 아니라 겁을 먹을 정도로

민감하게 됩니다

 

출근을 하지 않는 다면

눈이 오거나 비가 와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산속 길을 꽤 오랜 시간 달려가야 하는 출근 길이라면

눈이 온다고 하면 참 걱정이 많이 됩니다

 

경제적 능력이 된다면

출근할 필요 없이

 

소담 스럽게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장작 난로를 피우고 고구마를 두어개 굽고

차를 마시거나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면 좋을텐데

하나를 만족하려면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 하는게

삶인가 봅니다

 

새벽에 눈이 내릴지도 모른다는 일기 예보가 있습니다

차를 집에서 길위의 임도로 올려 놓습니다

임도에서 집까지가

가장 가파른 길이어서 비나 눈이 오면 못 올라갑니다

 

이제 눈이 내리면 걸어야 합니다

물도 한통 사서 지고

눈이 조금 내리면 등산화를

조금 더 내리면 방한 장화를 신어야 겠지요

 

또 다시 겨울이 왔습니다

치열한 전투같은 삶을 시작해야 하는 겨울이

살짝 겁이 납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 가게 될겁니다

 

그리고

그런 두려움에도 저는 이곳이 좋습니다

산속에 사는게 즐겁고 고맙습니다

 

 

 

 

작년 쓰던 체인을 꺼내서 확인 합니다

확인 안 한채 차에 싣고 다니다가 장착할때 망가진 것을 알게 되면

속상합니다

 

 

 

 

 

늘 생각하는 것인데

체인통을 꼭 맞게 만들어서 체인을 풀고 나서 추운 겨울 언손으로

체인을 넣으려하면 신경질 납니다

 

겨울엔  출퇴근 할때 쓰는 배낭인데 십년도 더 됐나 봅니다

보는 사람은 한 마디씩 합니다

요즘 그런 곰팡이 핀 오래된 배낭 쓰는 사람 없다고

누가 보나요

아무도 안보는 산속 깊은 겨울 혼자 다니는데 

짐 많이 들어가고 튼튼하면 좋은 배낭이지요 

 

등산하시는 분들의 빛나는 배낭과

반짝거리는 등산화보다

저 곰팡이 핀 십년 된 제 배낭과

뒤축이 닳은 방한 장화가 저는 더 좋습니다

 

 

 

 

눈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어떤때는 눈이 안와서 너무 고맙고

어떤 때는 눈이 오면 너무 이뻐서 좋고

참으로 간사한게 인간입니다

 

오늘은 눈이 안와서 참 고맙습니다

 

 

'혼자살아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 3  (0) 2012.10.30
별 2   (0) 2012.10.30
  (0) 2012.10.30
철도침목을 이용한 집  (0) 2012.10.29
들깨  (0) 2012.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