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예전에 폐분교을 임대 받아
산끝분교라고 팬션 비슷한 것을 운영하던 곳인데
오두막 올라가는 길목에 있습니다
길에서는 건물이 안 보이는데
매번 아무 생각 없이 지나 다니다가
언제 불현듯이 올라가보고 싶어서 가보았는데
건물이 없어졌습니다
아마
교육청에서 노후건물이라고 철거한 것같습니다
내 것이 아니면
내 추억이 아니면
그냥 오래되고 관리하기 힘든 건축물일뿐입니다
우리 인간도 그렇지요
오래되고 병든 인간은
버려지고 잊혀지는것이 맞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렇게 악착같이
화장하고 성형하고 당기고 고쳐서
나 아직 젊고 퍙퍙해서 버릴만한 사람아니란 것을
보여주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왜들 그렇게 젊어보이려하고 예뻐 보이려 하는건지
왜 그런지 정말 곰곰히 생각해 보신적있나요
만약
늙어서 주름이 자글하고 기미도 거뭇하고
가슴도 쳐지고 머리도 벗겨졌는데
당신이 제일 예뻐
오래된 추억의 건물같이 정겹고 사랑스럽다고 말해준다면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래된 건물이나
늙은 내 몸뚱아리가 슬프지 않을 것입니다
누구나 늙고 오래되고 시간이 지나면
노인이 될겁니다
낡은 건물처럼 될것입니다
낡은 건물이 저는 좋습니다
나이든 사람이 저는 좋습니다
편협하지만 않다면
평생의 연륜과 추억과 따뜻함을 가슴 가득 가진 노인이 더 좋습니다
그리고
이제 곧 이 세상을 떠나 어디론가 새로운 여행을 하게 될것이기 때문에
그것도 기대가 될것같습니다
무엇때문에
악착같이 안늙으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분교는 세월이 다해서 철거되었고
그 자리에는 공터만 남았는데
제 마음에는 추억이 하얀눈처럼 쌓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