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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가 깨지다

산끝 오두막 2024. 4. 2. 08:28

변기가 깨졌습니다

이런 단어를 쓰면 부서졌다고 생각하는경향이 있지요

 

변기에 실금이 갔습니다

깨졌다와 실금이 갔다는 전혀 다른 상황이지만

밀페되어야하고 물이 안새야 하는 물건인 경우에는

깨진거나 실금이 간거나 못쓰는상황은 같은 것이라

깨졌다 라고 표현할수도 있습니다

 

왜 깨졌는데

겨울이 너무 추운 곳인데다가

낮에 출근하거나 장기출장을 가면

집안에 난방을 계속 할수 없어

수도꼭지를 다 분리하고 변기 물도 다빼야 합니다

방안에 난방을 하지 않으니 물이란 물은 모조리

빼서 물기가 전혀 없게 해야 합니다 

변기 바닥에 고인물도 자바라로 다 뽑아 내야 합니다

물이 한웅큼이라도

변기에 들어 있으면 얼어서 변기가 깨집니다

 

그럼 매일 출근할때마다 그 짓을 한다고

겨울에는 응가를 하고 물을 내리고

변기 바닥에 고인물을 다 뽑아 내고

물집에 물을 다 빼내고 출근합니다

매일 그런다고

네 매일 아침 그렇게 합니다

한번 실수라도  깜빡하면 변기가 얼어서 깨집니다

 

어떤 한 겨울에는

변기에 매일 물빼고 채우는게 번거로워서

야외 재래식 화장실을 썼는데

아침마다 궁뎅이가 너무 시려서

덜렁거리는 곳이 너무 추워서 

번거로워도 좀 따뜻한 곳에서 일을 보고 싶어서

지난 겨울에는

변기에 물을 채우고 빼는걸 선택했는데

그 한번 실수로 변기가 또 깨졌습니다

 

변기가 깨져 물이 새는게

한참 되었는데

눈이 많아서 차가 마당에 못내려가

변기를 사올수도 없어

실리콘으로 대충 때우고 쓰는데도 물이 샙니다

알리에서 방수 본드같은걸 사서 때웠는데

별로 도움이 안되었습니다

 

이제 눈이 녹았고

차도 마당까지 내려갑니다

변기를 사다가 교환해야겠습니다

 

변기 교환하는게 벌써 몇번째지

산속에 사는지 20년동안 다섯번쯤 되나 봅니다

 

누군가 묻습니다

왜 그렇게 사느냐고

 

그러게요

왜 그렇게 고생스럽게

누가봐도 구질구질하게

궁상맞게

왜 그렇게 사는걸까요

 

가끔 스스로 생각해 봅니다

정말 왜 그렇게 먼지구덩이에서

겨울내내 눈치우고 장작패면서

온갖 벌레들과 날파리들과 사는건지

 

몸은 고생스러워도

누구 눈치 안보고 사람들과 안다투고

마음은 편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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