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집이 있어야 하나 봅니다
하물며
세균도 인체를 집으로 삼고 살아가니까요
그런데
인간이 좋아하는 집터가 있듯이
벌들도 좋아하는 집터가 있습니다
저 처마 끝에
정면 큰 창문위에 매년 말벌이 집을 짓습니다
첫해에는
벌집이 조그만할 때 따버리면 안오겠지
따봤습니다
다시 짓습니다
누가 이기기나해보자 하는듯이
두번째해는
그래 얼마나 크게 짓나 보자
그냥 둬 봤습니다
엄청나게 커지는데
더운 여름밤에 창문밖에서 물흘러가는 소리같은게 들립니다
그 소리는 여름에 벌집 온도가 올라가면
그 많은 말벌들이 벌집 안밖에서
일제히 날개짓을 합니다
그 소리가 휀 돌아가는 소리보다 큽니다
자다가 깨서 들어보면
어디서 계곡물흘러 가는소리같이 들립니다
그 뒤로는
일단 어느정도 커지면 한번씩 벌집을 제거합니다
미안하기는 합니다
열심히 지은 집을 부셔야 하는게
하지만
내가 지은집에 너희들이 무단으로 점거한거야
그렇게 위안삼고 싶지만
벌들은 애초에 네가 무단으로 산속숲에 쳐들어 온거야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높이가 높아서
장대로 털어내기도 불편하고
벌들이 달려드니 사다리 놓고 해체할수도 없고
그래서
대개 비비탄 총으로 쏴서 벌집을 해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