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분이 부추꽃이 예쁘다 해서
풀깍으면서 일부러 부추를 남겨두었더니 부추꽃이 피었습니다
밭 여기저기에 부추가 엄청 많이 있는데
제게는 그냥 풀입니다
이름을 모를때는 모든 풀이 잡초와 다를 바 없습니다
지구상에 수많은 인간들이 살지만
누군가에게 이름을 알려주기전에는
누군가가 이름을 기억하기 전에는 그냥 사람들입니다
누군가가
누군가의 이름을 기억하는 순간 그 분은 풀에서 꽃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풀을 자를때 자르지 않게 되고
관심을 갖게되며
나중에 꽃을 피울때까지 들여다 보게 됩니다
처음에 제게 부추는 그냥 풀이었습니다
나중에 부추라는것을 알게 되었을때도
제게는 별 소용이 없어
여기 저기 참 많은 부추도 그냥 잘라버렸습니다
그런데
어떤분이 부추꽃이 예쁘다고 하셔서
올해는 신경서서 좀 남겨두었더니
정말 예쁜 꽃을 피웠습니다
갑자기
올봄에 개망초가 떠올랐습니다
나도 이름이 있다구
나도 꽃이 있고
그런데 왜 나만 미워하는데
그러게
그거 참 이상하네
여하튼 개망초에게 미안하기는 하네
와 잘하면
빨간 고추가루 작은 양념통으로 하나는 만들수 있겠습니다
올해 천이백평 농사에 들어간 돈이 약 100만원정도 되는데
나오는 소출은 한 20만원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그정도만 해도 충분히 성공한겁니다
남들은 취미라고
몇천만원 들여서 배사고 캠핑카사고
몇백씩 들여서 캠핑장비며 스킨스쿠버에
윈드써핑에 서핑보드를 사는데
단돈 백만원에
거름사고 종자사고 부탄가스사고
신나게 취미생활 했으면 성공한 겁니다
올해 추석때 산소에 밤은 사가야겠습니다
밤이 안 여물었습니다
대추도 안 여물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