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집짓기 재료의 선택 (황토 흙과 통나무)

 

황토 흙과 통나무

 

몇 년 전에 한때 철도 침목이 건축재로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철도 침목을 콘크리트 침목으로 교체하면서

철도청에서 침목을 대량 매각하게 되었는데

철로를 지지하는 목재이니 단단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썩지 않도록 완벽하게 방부처리까지 되어 있는데다가

일정한 규격으로 각이 진 사각재로

집을 짓기에는 아주 그만이어서 날개 달린 듯 팔렸고

그 침목으로 집을 지으신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참 좋기는 했습니다

단단하고 방부처리 되어 있어 썩거나 벌레가 먹지 않고

벽돌처럼 일정한 크기여서 집을 짓기에는 아주 좋았는데

어느 날 방송에서 침목의 방부제로 쓰이는 타르가 발암물질을

대량 함유하고 있다는 실험결과가 발표 되면서

한순간에 상황이 역전 되었습니다

침목은 매매가 거의 멈추었고 침목으로 집을 지으신 분들은

큰 낭패에 빠졌습니다

다행스럽게 사람들은 곧 이 일을 잊어 버렸지만

그 침목으로 집을 지은 분들은 아직도 그 사실을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그 때

저도 침목으로 집을 지어 볼까 하고 생각했던 때였는데

그런 일을 경험하고 나서는 침목을 포기를 했지만

목재를 정형화 하고 일정한 규격으로 저렴하게 만들면

콘크리트벽돌처럼 쉽게 벽체로 쌓을 수도 있고 잘라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였습니다

 

통나무집을 지어보니 뼈대는 쉽게 구성이 되어 집 모양을 갖추지만

벽을 만드는 것이 늘 고민이었는데

통나무를 벽돌처럼 일정한 규격으로 제작하고

쌓으면 쉽게 벽이 될 것 같아서

낙엽송 통나무를 40센티 정도로 잘라 수백개를 만들었습니다

자른 통나무를 장작처럼 쌓고 틈은 황토로 메우자는

생각이었는데 직업상 산속으로 출장을 많이 다니다 보니

그렇게 지은 집이 실제 있었습니다

그때 알게 된 사실은 제 머리로 생각할 정도면 분명히

어디선가 누군가는 그것을 실제 실천하고 있다는 것 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황토흙과 통나무 벽의 조합은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통나무가 황토흙과 잘 밀착 되지 않으면 통나무가 빠져나오거나

통나무와 황토흙은 재질 자체가 아주 다른 것이어서

온도변화에 따른 신축계수가 달라 균열이 발생하거나

통나무가 흙속에 묻혀 있는 관계로 통나무벽돌을 찰 처리 하지 않으면

쉽게 부식될 수도 있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산끝오두막 통나무집에 통나무벽돌과 황토흙 벽을 시공하지

못하게 된 이유는

지반에 주춧돌을 놓고 집 전체를 땅에서 1미터 정도를 들어 올리고

거기다가 이층까지 만들었는데 통나무와 황토흙의 무게를

그 통나무집 뼈대가 지탱할 수 없다는 것 이었습니다

 

그래서

자른 통나무를 통나무집 본체 벽에는 사용 못하고

들려있는 집의 뼈대와 땅 사이를 시공해 보았습니다

첫해는 그런대로 무난해 보였는데

그 다음해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 했습니다

습기가 차면서 나무가 부식되고 개미와 벌레들이 벽에 침투하기

시작하니 어떻게 손써볼 방법이 없었습니다

다시 다 헐어 내고

통나무들은 흙을 털고 잘 말려서 장작으로 아직도 쓰고 있습니다

커다란 이층집 전체 벽을 이 통나무와 황토흙으로 시공해 보려고

엄청난 양을 잘랐던 것입니다

 

결론지어 보면

통나무벽돌(편의상 명칭)과 황토흙은

일반 벽체재보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 집짓는 초보도 시공이 가능하며

얼마든지 원하는 형태로 변형이 가능합니다

다른 벽체용 재료들은 벽을 만들 때 창문이나 문의 크기등에

영향을 많이 받지만 이 벽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시공이 가능합니다

통나무벽돌이 적절하게 처리되지 않으면 벌레가 나거나

나무가 부식이 될 수 있고 황토흙과 잘 부착되지 되지 않으면

틈이 벌어지거나 통나무가 빠져 나올 수도 있습니다

통나무벽돌이 적절한 약품처리와 황토흙의 제대로 된 시공만

가능하다면 여러모로 좋은 벽체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벽체를 선택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이 통나무벽돌과 황토흙의 조합을 깊이 있게 연구하시고

집을 지으시는 분이 있는데

신한옥만들기라는 소목님의 다음블로그를 참고 하시면

큰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