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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이상한찌게

산끝 오두막 2013. 3. 20. 09:08

매일 아침을 김치 하나만 먹다가

오랫만에 쉰김치로 찌게를 끓여 보았습니다

 

얼나마 쉬었는지

시큼한게 하얀 곰팡이라 하나 그런게 잔뜩 있는데

끓이면 괜챦을 거야 하고 끓였는데

먹을만 하지 않습니다

먹을 만하지 않다

이 말은 반대로 하면 참고 먹을 만하다

그런 뜻이기도 합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런 찌게를 준다면

욕을 먹을 겁니다

그런데

자기가 끓인 찌게라고 군말없이 참고 먹습니다

 

이상합니다

똑같은 찌게인데

남이 끓여서 날 주면 욕을 하고

자기가 끓이면 참고 먹을 만 한가 봅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이 시큼한 찌게가 먹을 수록

점점 더 괜챦은 맛입니다

그런데로 먹을 만하네 하면서

나중에는 밥에다  비벼 먹기 까지 합니다

 

뭘까 이건

맛이 이상하다고 참고 먹어야지 하던 찌게가

그런대로 맛있네 로 바뀌는건

 

인간이 간사한걸까

몰랐던걸 알게 된걸까

 

똑같은 찌게인데도  

남이 하면 맛이 없다고 뭐라하고

자기가 해 먹으면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상한 것도 자꾸 먹으면 괜챦아지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이상한것을 맛있다고 먹는 걸 보면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 졌습니다

 

아침에 찌게를 먹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라도 누군가를 위해 찌게를 끓여준다면

그냥

맛있구나하고 먹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위해 누군가가 무엇인가를 했다면

내 기준으로 좋다 나쁘다를 말하지 말고

그냥 감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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